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Aug 30. 2021

일반인문 CLXX 해녀들의 섬 _ 리사 시

; 외국 작가의 펜으로 그려낸 제주 해녀의 삶 2

앞에서 르 클레지오 작가의 폭풍우 이야기를 했고 이제 두번째 해녀들과 관련된 소설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21세기 펄 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Lisa See 리사 시의 해녀들의 삶 이야기 ‘해녀들의 섬’입니다.

폭풍우에 비해 양은 2배 이상인 540p.


The Island of Sea Women

소설은 1938년부터 2008년까지 70년간 제주 해녀의 삶을 관통합니다.


바다에 들어가는 모든 여자는 등에 관을 짊어지고 가는 겁니다.

-본문 중


1938년, 제주의 해녀 공동체에 들어가게 된 열다섯 ‘애기 해녀’인 영숙과 미자에게 ‘선배 해녀’들은 단단히 이른다. 

해녀 대장이었던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었던 영숙, 그리고 친일부역자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던 친구 미자. 

마치 운명처럼 해녀의 삶에 들어선 두 여성의 우정과 갈등이 소설 ‘해녀들의 섬’의 중심 내용으로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소녀는 마을의 해녀공동체에 들어가 함께 물질을 배우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처음 물질을 배우는 열 다섯살, 블라디보스토크로 원정 물질을 나가 가족을 부양한 젊은 시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물질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해녀들의 우정과 일대기가 제주 바다 위에 펼쳐집니다.

영숙과 미자의 갈등을 통해 드러낸 ‘용서’의 키워드는 저자가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소설은 미국인 저자가 2016년 제주도를 방문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거쳐 탄생한것으로 외국인이 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소설은 제주의 풍경과 언어, 생활과 정서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씁니다. 

여기에 씻김굿, 혼례식, 장례 절차와 같은 제주도 전통 풍속외에도 해녀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폈던 공간이자 해녀들의 보금자리가 됐던 ‘불턱(둥그렇게, 혹은 사각형으로 현무암을 쌓아 만든 지붕 없는 구조물)’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들 역시 제주도 자연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제주 해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4ㆍ3사건과 한국전쟁, 분단과 군부 독재정치 등 제주도를 할퀴고 지나간 근현대사의 격변과도 맞물려 있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는 ‘제주 4ㆍ3사건 보고서’ 등 무수한 자료와 전문가 고증을 거치게 됩니다.

일제강점기와 4·3사건,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들의 삶은 여성이기에 더 굴곡집니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군인이건 민간인이건 일본인을 보게 되면 도망쳐서 숨으라고 항상 일렀다. 

그들이 많은 제주 여자들을 겁탈했다고 한다.

-본문 중


4·3사건 당시 영숙은 군부에 의해 단 몇 초 만에 남편과 아들을 잃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미자에게 증오심을 품게 됩니다. 

3년 뒤 전쟁까지 겪은 영숙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매달, 죽음을 보고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어머니들은 여전히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달래려고 애썼다.


작가는 잠수복을 입고 수확물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해녀의 사진을 보고 매료된 작가는 언젠가 그들에 대한 책을 쓰리라 다짐했고, 결국 제주 해녀들의 삶을 소설로 복원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설은 여성이 생계를 이끌었던 제주의 모계 사회에서 딸, 아내, 어머니로서 희생을 자처하면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았던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른 어떤 관계보다 특별한 면이 있는, 부모나 남편, 자식한테도 못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지만 그런 친밀함이 쓰라린 배신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여자들끼리의 우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신과 우정 사이에 오랜 시간을 흐르면서 진정한 용서와 화해라는 화두를 던지며 소설을 끌고 갑니다.

흔히 용서를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용서는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로 용서할 때에만 우리는 폭력과 비극, 최악의 순간을 잊고 과거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 용서는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쪽과 이를 받아들이는 쪽이 동시에 필요하기에 쉽진 않겠지만 우리는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미국에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등 유력 일간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해외 10여 개국에 저작권이 판매되었습니다.


바깥세상과 바다 속 세상에서 우리는 힘든 삶의 짐을 끌고 다니며 매일 삶과 죽음 사이를 건너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인문 CLXIX 폭풍우 _ 르 클레지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