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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14. 2022

건축가의 주유천하 IV 서울 三淸閣 삼청각

; 요정에서 음식점으로 다시 복합문화공간으로

4년 전 사진이 날아왔네요.

환하게 웃고 있는 10월의 신부.

지난 6월에 리뉴얼하고 재 개관한 4년 전 예식이 있었던 삼청각 이야기를 해 봅니다.


북악산 자락 산(산청山淸)과 물(수청水淸)이 맑고, 인심(인청人淸)도 맑아서 동네 이름이 삼청三淸인데 삼청각의 삼청은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집을 의미하는 태청(太淸), 옥청(玉淸), 상청(上淸)을 아우르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삼청터널 통과하자마자 좌측이 바로 삼청각입니다.

삼청각은 대원각, 청운각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요정의 하나였습니다.

대원각은 김영한씨가 80년대 중반 갈비집으로 운영하다 95년 법정스님에게 기증하고 부처님께 시주된 요정 대원각은 송광사 서울 분원 길상사가 됐고, 청운각은 종로구 청운동 경기상고 건너편에 있었는데 경영난으로 부도나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전) 요정 대원각 - 현) 성북동 길상사

분단 후 27년만의 해빙무드가 시작되며 1972년 7.4 공동성명 전  이후락 중정부장 비밀리에 북한 방문하여 옥류관에서 김일성과 역사적인 만찬을 갖습니다.

이제 남한차례죠.

박통시절에나 가능한 지금의 북악산 아래 6천 평 그린벨트 해지하고 음식점을 지을 계획은 72년 2월 기초작업에 이루어졌고 라이온건축대표 정재원이 4월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공사기간이 너무 짧아 중정은 계속해서 채근을 하며 야간작업도 강행했는데 통행금지 때는 그쪽에서 내준 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구국청년단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도편수 한성룡에게 한식 목조 설계를 배워 목수일을하다 월남한 조승원과 62년 숭례문 복원에 중요 목수로 참여한 도편수 정대기, 대목장 박광석등이 참여했습니다.

왼쪽) 조승원 - 오른쪽) 정대기

1973년 대충 완공하고 6월 삼청각 일화당에서 남북회담 환영 만찬전 부랴부랴 현판을 걸었습니다. 

북한의 박성철 부수상 답방해, 북한 옥류관에서 융숭한 접대를 받은 중정은 삼청각에서 접대합니다.

1974년 남북회담이 이후 36세의 이정자씨가 지금의 텐프로 룸싸롱인 요정으로 운영하며 10여 년간 정·재계 인사들의 은밀한 사교장소로 ‘요정 정치’의 산실이 됩니다.

83년 정계의 문제와 얽혀 당시 한국 요정에서 쌍벽을 이루던 대원각 주인 이경자와 삼청각 주인 이정자 자매가 미화 27만달러를 밀반출한 사건도 적발하게 되었지만 풀려나고 삼청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부침을 겪었고 1996년 중국음식점 예향으로 변신 했지만 경영란으로 1999년 문을 닫자 이를 건설사가 인수해 허물고 고급 빌라를 짓겠다고 했지만 장소의 역사성, 건물의 가치를 감안해 서울시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2001년 서울시가 사들여 리모델링. 세종문화회관, 플라자호텔에 위탁 경영하지만 매년 30억 적자로 2005년 파라다이스에 재위탁해 살아납니다. 

그리고 삼청각이 50년 만에 2020년 10월부터 1년 9개월동안 전면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올해 6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삼청각을 요정으로 운영했던 자매는 지금 미국 뉴욕에서 회한에 잠겨 작은 음식점 운영 중이라는 소문만…

一龢堂 일화당

넉넉하게 자리잡은 하나가 되는 집, 一龢堂 일화당. 

별채는 

담 혹은 나무 뒤에 숨어 언뜻 그 자태가 드러나지 않는 부속 건물인 그윽한 노을이 깃드는 정자, 幽霞亭 유하정

비췻빛의 서늘한 정자, 翠寒堂 취한당

동녘의 밝은 집, 東白軒 동백헌

영원하고 깊은 가을 집, 千秋堂 천추당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봄의 물소리가 들리는 집, 請泉堂 청천당


일화당은 이곳은 7·4 남북 공동성명 대표단의 만찬이 열렸던 장소로 150석 규모로 공연과 국제회의, 컨벤션 등을 개최할 예정이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정기 공연 ‘일화정담’이 무대에 오릅니다.

일화당 안에는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5’로 지정된 소나무를 비롯해 수형이 아름다운 몇 그루의 소나무가 담장을 따라 심어져 있는데 70년생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그 수령 40년 정도.

담장을 따라 키 작은 관목인 나무수국도 보이고 담장 안의 나무지만 담장 밖으로 가지를 뻗어 자라고 있는 감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翠寒堂 취한당
東白軒 동백헌

별채 가운데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한옥은 취한당과 동백헌인데 먼저 취한당은 전시 전용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취한당은 은은한 비취빛 향기가 드리우는 아담한 한옥이라고 소개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는 일본목련으로 예전에 각광받던 고급 조경수로, 삼청각이 호황을 누리던 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조경수로 보입니다.

동백헌은 한옥 카페로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커피뿐만 아니라 생당귀차, 흰민들레차 등 전통차를 판매하고 카페 내부 한쪽에서는 도자기 등도 판매 및 전시하고 있어 도심 속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請泉堂 청천당
千秋堂 천추당

취한당과 동백헌을 나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284m²(86평) 크기의 천추당이 나오는데  이곳은 기업 행사 등을 진행하는 장소로 쓰입니다.

동백헌과 취한당 쪽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압권인 곳으로 장대한 키의 소나무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서 삼청각의 오랜 역사를 말해줍니다.

마당과 연결된 청천당은 실내·외 공간에서 전통 혼례나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행사를 개최합니다. 

양반가 사랑채의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별채인 이곳에는 조경수로 흔히 쓰는 카이즈카향나무를 비롯해서 일본목련과 단풍나무 등이 심어져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은 곳이었다하여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만 외관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幽霞亭 유하정

유하정은 북한의 옥류관을 본뜬 곳으로 월남한 조승원 대목이 지은곳으로 특이한 점은 보통 한옥의 경우 단청에 연꽃을 쓰는데 유하정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무궁화가 쓰였다는 것입니다. 

이곳은 북악산의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로, 팔각형의 통유리 건축물입니다.

주변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북악산이나 북한산에서 저절로 자라는 단풍나무 종류는 거의 다 당단풍나무입니다. 

단풍나무는 당단풍나무에 비해 잎이 적게 갈라지고 갈래조각이 가느다란 점이 다르며, 전라도와 경상도 이남의 산지에서 자랍니다. 

즉, 단풍나무는 중부지방에서 자생하지 않는 나무로 이곳의 단풍나무는 모두 심은 것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운명인지도 모른 채 그때 그 사람들은 가을이면 이곳에서 핏빛 단풍과 함께 노을을 즐겼을 것입니다. 

지금은 공개입찰을 통해 웨딩업체, 대경인텔리전트가 운영하고 있는데 음식 맛은 잘 모르겠네요.


북악산 자락 삼청각(三淸閣)은 푸르고 고요합니다.

삼청각 산책로에 있는 취한당과 동백헌은 시민을 위해 개방하니, 이 가을 북악산 뷰의 삼청각에서 차한잔의 여유를 가져도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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