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문 CCXVII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가을 사유- Friedrich Wilhelm Nietzsche

by Architect Y

나는 지금 소수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 그리고 동정의 설교자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그대에게 가르치고자 한다.

그것은 동락이다.

동정이 아니라 동락이 친구를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내일이면 벌써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인 한로네요.

저무는 계절에는 고전이 제격이죠.

고전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며칠전 친구에게 책 소개를 하며 권했던 니체를 20년만에 다시 잡았습니다.

역시 양이 깡패라, 3일 정도 걸렸습니다.

더욱이 논문이나 산문이 아니고 경구들을 모아놓은 형태인데 1878년 처음 발표한 이후 속편 2개를 합쳐 약 1400개 경구를 담고 있습니다.

경구마다 짧게는 한 문장, 길게는 두세 쪽에 걸쳐 설명을 붙였는데 다루는 주제가 방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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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년 어느 날 니체는 파리에서 “볼테르의 영혼이 프리드리히 니체 씨에게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이 새겨진 볼테르 흉상을 전해 받게 됩니다.

볼테르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니체가 볼테르에게 바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 출간되던 날이었습니다.
니체 스스로 위기의 기념비라고 칭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저작은 그의 육체적인 고통과 철저한 정신적 고독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무렵 니체는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간간이 정신적 안정을 찾기도 했지만 병은 더욱 깊어졌고, 마침내 바젤 대학 교수직까지 사임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위스의 성 모리츠에서 오로지 자신의 그림자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방랑자처럼 생활했고, 세상과 많은 옛 친구들에게서 고립되어 있었는데 특히 바그너와의 관계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은 바그너의 친구였던 니체가 독일 바이로이트에 그를 만나러 갔다가 바그너의 낭만주의 음악에 대한 환멸을 느낀 후 자유정신을 추구하고 찬양하려는 의도로 집필한 책입니다.

니체는 친구가 없는 것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신은 환영과 은둔자, 그림자 연극이 아닌 살아 있고 만질 수 있는 자유정신들을 동반자로 필요로 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뛰어난 존재로 생각하지만 자신이 언젠가 라파엘로 그림을 소묘하거나 셰익스피어 극의 한 장면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는 꿈에도 기대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러한 능력이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이상한 것, 아주 드물게 보는 우연으로 믿거나 또한 종교적으로 느끼는 경우에는 하늘의 은총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허영심・자애심이 천재 숭배를 촉진한다.

왜냐하면 천재가 ‘기적’으로서 우리로부터 아주 격리되어 있다고 생각될 때만이 천재는 우리의 감정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 본문 p.124


신은 죽었다

라고 압도하는 열변을 토해낸 세계 지성의 거목, 프리드리히 니체가 삶의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이들에게 제시하는 지침은 거부할 수 없도록 매혹적입니다.

제목-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표현은 인간이 삶의 질곡에서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는 것은 스스로 성찰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도덕이나 종교에 기대지 않고 인간적인 세상살이에 대해 가장 깊은 내면에서 돌아보는 것, 그래 이후 니체의 저작에 나오는 초인(超人)은 피안의 구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삶을 일단 살아내는 데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의 역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을 이야기했는데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전지전능한 그야말로 초범입성(超凡入聖)한 인간이 아니죠.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미래지향적인 과녁에 쏘아대는 불굴의 향상심(向上心)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런 의지의 인물들은 확실하게 정해놓은 임무(Mission), 불타는 열정(Passion)에 덧붙여 끊임없이 자신을 북돋우는 긴장(High tention)을 자기최면처럼 걸고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미래를 향한 꿈들을 계발하며 적극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

오늘의 성취에 연연하지 말고, 또한 작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의 영향을 걱정하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주춤거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이 책 전의 니체의 사상은 그리스 정신, 쇼펜하우어의 형이상학, 바그너 예술을 중심으로 한 종교, 형이상학, 예술의 정신에 입각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니체 사상은 일대 역전, 전환을 맞아 학문과 과학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자유정신이 전면에 부각됩니다.
자유정신이란 그 어떤 체계와 규율에도 얽매이지 않는 지극히 자유롭고 가볍게 방랑하는 정신, 관습적인 것에서 해방된 정신이고 또한 수없이 많은 대립적인 사유방식에 이르는 길을 허용하는 성숙한 정신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자신이 자유정신의 전형이자 모범적인 계몽가, 자유롭고 해방된 정신을 지닌 위대한 사상가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사람 볼테르에게 이 자유정신을 위한 책을 바쳤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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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니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첫째 ‘이 세상은 오류투성이!’이고 둘째, ‘자유정신’에 눈을 뜨라는 것이죠.

니체는 사람은 잘못된 믿음에 의해 그리스도교도가 되어 구원을 느끼는 것이고 도덕적인 면에서 선악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니체는 미(美)가 행복과 결부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 주장했고 예술은 현실의 모습을 가리는 베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니체의 생각은 사람은 가끔 어떤 의견에 반대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말하는 어조에 동감하지 못할 뿐이고 이야깃거리가 궁할 때 친구의 비밀에 속하는 것을 희생으로 삼지 않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등 몇몇 구절만 살펴보아도 뚜렷이 드러납니다.

6장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니체의 날카로운, 인간의 에고를 꿰뚫어보는 말은 가슴을 콕 찌르는 듯한 아포리즘을 맛볼 수 있습니다.

니체의 인간정신의 발걸음을 나타낸 유명한 도식으로 ‘낙타→사자→아기’로 표현하는데 낙타는 그리스도교적이며 형이상학적으로, 삶을 무거운 짐으로서 고민하는 정신을 뜻하고 사자가 여기서 말하는 자유정신에 해당하는데 이제까지의 모든 전통적, 관습적인 세계상을 버리고 그 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새로운 시대 지식인들의 정신을 가리킵니다.

근대사회는 전통적인 모든 가치를 회의하는 정신을 키우는 데까지 이르렀으나 아직 새로운 삶의 목표를 내세우지는 못해서 때때로 부정을 위한 부정,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어 피폐해지고 말죠.

그럼에도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유정신은 근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뛰어난 존재로 생각하지만 자신이 언젠가 라파엘로 그림을 소묘하거나 셰익스피어 극의 한 장면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는 꿈에도 기대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러한 능력이 그야말로 터무니없이 이상한 것, 아주 드물게 보는 우연으로 믿거나 또한 종교적으로 느끼는 경우에는 하늘의 은총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허영심・자애심이 천재 숭배를 촉진한다.

왜냐하면 천재가 ‘기적’으로서 우리로부터 아주 격리되어 있다고 생각될 때만이 천재는 우리의 감정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 본문 p.124


고통의 삶을 이겨내며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찾으려 했던 방랑자 니체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은 우리의 잔잔히 마감해 가는 마지막 계절을 앞에 두고 우리의 마음에 묵직한 유산으로 찾아올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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