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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26. 2024

coffee break...시간과 기회에 대한 아쉬움3

; 適期 적기 Right Time

무슨 일이든지 망설이지 말고 바로 착수해야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으로 “쇠뿔은 단김에 뽑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속담은 지금 ‘당장’이라는 방향보다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소는 옛날에는 농사의 밑천으로 아무리 농토가 많아도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기에 나라에서도 소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다른 일도 바쁜데 소의 뿔을 뽑는 일을 할 턱도 없을뿐 아니라 소는 뿔이 뽑히면 죽게 되는데 소를 보물처럼 여기던 옛날, 농경사회에서 소의 뿔을 뽑는 일은 말이 안되는 일일것입니다.


다시말하자면 쇠(鐵) 불(火)은 단(熱) 김에 뽑아야 한다(대장간에서 쇠가 불에 달구어졌을 때 자기가 만들고 싶은 칼이나 낫 등을 뽑아내야 한다)는 말이 잘못전해진것입니다.

쇠가 불에 달구어졌을 때는 두드리면 대장장이가 만들고 싶은 물건이 만들어지지만  쇠가 식고 나면 아무리 두들겨도 힘만 들고 물건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을 가져와 어떤 일에는 각각 적절한 시기가 있으므로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난 2019년 기획재정부의 17차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나온 타철진열(打鐵趁熱)의 의미입니다.

지난 두번의 ‘시간과 기회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이러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행동이 취해지지 않으면 맘에 남아 다음 생에는 그런 일이 없게한다든가, 다시 돌아간다면 달리 행동할것이라는 시기를 지나쳐버린 내용입니다.


적기10適期 | 명사. 알맞은 시기. ≒적시기.

적시4適時 | 명사. 알맞은 시기.

실기2 失期 | 명사. 시기를 놓침.


이미 돌이킬 수조차 없는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오랜시간동안 뇌리를 맴돕니다.

과거의 시간을 지난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지나치기엔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럽기에 돌아봅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 전도서 3장 1절~8절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도레가 생애 말년에 전도서를 집필하는 솔로몬 왕의 모습을 그린 작품

성경의 전도서는 성경의 지혜문학의 한 부분으로 קהלת 코헬렛-사람을 모으는 전도자를 의미하는데 배우려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기에 영어로 Teacher 교사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기자는 모든일에 다 때가 있다고이야기 하듯 시기와 때는 인생의 중요한 일은 물론 사소한 일에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공부의 적기, 합격의 적기, 움직임의 적기… 우리는 적절한 시기를 늘 기다리곤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때와 시기를 바르게 분별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장 좋은 시기와 때를 활용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적기(適期)를 놓치고 실기(失機)하여 후회하며 아파할 때가 많습니다.

공손추(公孫丑)·상, 제1장의 후반부에서 맹자는 이처럼 적시(適時)에 일을 도모하면 가래로 막을 큰일도 작은 호미로 막을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나라 속담에 "지혜가 있더라도 형세의 흐름을 타는 것만 못하고(雖有知慧, 不如乘勢) 비록 호미라는 농기구가 있더라도 농사시기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雖有자基, 不如待時)"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왕도(王道)를 행할 적기이다.

하, 은, 주나라가 흥성할 때에도 국토가 사방으로 천리가 된 적이 없었는데, 제나라는 이미 그만 한 땅이 있다.

또한 닭이 울고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변방지역까지 사람들이 많으니 제나라는 백성도 충분하다. 땅도 더 개척할 필요가 없고 백성도 더 모을 필요가 없으니, 인정(仁政)으로 천하를 통일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명한 군주가 이렇게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백성들이 폭정에 이렇게 심하게 시달린 적이 없었다.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飢者易爲食, 渴者易爲飮). 공자 말씀에 "덕이 퍼져나가는 것이 역말로 명을 전달하는 것보다 빠르다(德之流行, 速於置郵而傳命)"라는 말이 있다. 바로 이때, 만승의 국가가 인정을 행하면 백성들이 거꾸로 매달렸다 풀려난 것처럼 기뻐할 것이다(民之悅之, 猶解倒懸也). 그렇기 때문에 일은 옛날 사람들의 반만 하고도(事半古之人) 성과는 틀림없이 배가 될 것이다(功必倍之). 바로 지금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이다.


맹자 만장장(萬章章)에서는 공자께서 제나라를 떠나실 때는 물에 담가둔 쌀을 건져 떠나셨다. 노나라를 떠날 때는 '더디고 더디구나. 내 발걸음이여!'라고 하셨으니,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이다. 빨리할 만하면 빨리하고, 오래 할 만하면 오래 하고,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은거할 만하면 은거하는 분이 공자였다고 말하며 자신이 벼슬살이에서 적기에 물러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이나 맹자같은 이들도 때늦은 후회를 하는데 나 같은 범부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 지난일은 아파하고 후회하되 돌아올 일들을 같은 실수가 되지 않게 맘을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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