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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05. 2024

일식 스시, 사시미 09 しゅっせうお 출세어 出世魚

; 성장하며 맛도 바뀌며…


4월 삼치 한배만 건지면 평양감사도 조카 같다


평양감사라면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있듯 대동강변의 곡창지대를 품고 온갖 물자를 접할 관문이었으며 한양과도 거리가 멀어 조세와 부역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보직이었는데 이런 평양감사조차 부럽지 않다는 말입니다.

맛이 오를대로 오름 시기인지라 삼치의 가격도 높지만 그만큼 많은 어획량으로 한밑천 톡특히 건지는 생선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봄도 봄이지만 늦은 가을 에서 겨울동안 수리감으로 귀하게 먹어왔던 삼치는 일본에서도 지역에 따라 봄과 가을로 나뉘며 그 이름도 원래 さばら(佐原사와라)에서 한자로는 '狭腹(せまい 좁다+ はら 배)으로 날씬하고 가늘고 긴 물고기라는 뜻이었는데 관서 지방에서는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삼치를 주로 4월에 잡았기에 봄 춘이라는 한자를 이용하게되어 현재는 サワラ(鰆)로 검색량이 대부분이고 기름기 진하게 밴 겨울 삼치를 잡았던 관동지방에서는 추운 겨울을 뜻하는 寒鰆(소한과 입춘사이의 삼치)라는 말을 썼습니다.

왼쪽 삼치 みそやき(미소야끼 味噌焼き; 생선·고기 등에 된장을 발라 구음)와 しおやき(시오야끼 塩焼き; 소금구이)

이 봄에 gourmet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삼치는 그 명성답게 마어, 망어, 망에, 고시등의 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등의 관서지역에서는 그 크기에따라 サゴシ사고시 -ヤナギ야나기/ナギ 나기 - サワラ사 와라, 토쿄등의 관동지역에서는 サゴシ 사고시 - サコチ 사코치 - サワラ 사와라라고 불렀는데 참치, 방어, 숭어, 전어와 함께 이렇게 성장시기별로 이름이 다른 생성들을 しゅっせうお(슟세우오 出世魚출세어)라고 칭합니다.


왼쪽부터 스시코지마, 아이아케, 스시조의 삼치 초밥


출세어 しゅっせうお  出世魚


출세어는 치어(稚魚)에서 성어(成魚)로 물고기가 성장하면서 불리는 이름이 달라지는  물고기로 출세어라는 다소 엉뚱한 별명은 과거 일본의 상류층이 성인이 되거나 신분이 바뀔 때 관례(冠禮)를 행하고 이름을 새로이 하는 관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에도시대까지는 무사나 학자 등이 성인식이나 출세에 수반하여 이름을 바꾸는 습관이 있었는데, 출세어라는 명칭은 성장에 따라서 출세하듯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라는것이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를이은 에도시대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竹千代(たけちよ다케치요)→松平元信(もとのぶ 모토노부)→元康(もとやす모토야스)→松平家康(まつだいらいえやす마츠다이라 이에야스) →徳川家康(とくがわいえやす도쿠가와 이에야스)로 바꾸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이름이 바뀐다고 모두 출세어는 아니고, 성어의 가치가 높고 귀하게 여겨야 출세어 대접을 받습니다.

회유(回游) 어종인 방어는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다양한 크기의 개체가 잡히는데, 성어의 생김새와 맛, 영양이 치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대표적 출세어로 꼽힙니다.

부리라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와 희소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삼치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것은 역시 방어 입니다.

기본적으로 출세어는 네가지 입니다.


15 cm 정도까지가 わかし와카시, 여름에 맛있는 40 cm 정도까지의 いなだ 이나다, 60 cm 정도 크기의 わらさ 외사라, 마지막으로 겨울에 맛이 차고 여름엔 푸석한 90 cm 이상의 ぶり부리가 있습니다.

여름에 맛이 오르는 잿방어는 かんぱち 간파치 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엄청납니다.

크기별 출세어 이름까지 존재합니다.

関東地方 간토 지방(동경도 부근)

ワカシ 와카시 → イナダ 이나다 → ワラサ 와사라 → ブリ 부리
関西地方 간사이 지방(교토, 오시카 부근)

ツバス 츠바스 → ハマチ 하마치 → メジロ 메지로 → ブリ 부리
東北地方 도호쿠 지방(혼슈 북동, 동경 윗쪽)

ツベ  츠베 → イナダ 이나다 → アオ 아오 → ブリ) 부리
下北半島 시모키타 지방(토호쿠 윗쪽 반도지역)

フクラギ 후쿠라기 → イナダ 이나다 → ワラサ 외시라 → ブリ 부리
北陸地方 호쿠리쿠 지방(동경 서쪽 해안지역)

ツバエリ 츠바에리 → コズクラ 고즈쿠라 → フクラギ 후쿠라기 → アオブリ 아오부리 → ハナジロ 하나지로 → ブリ 부리
富山県 도야마 현(호쿠리쿠지방 남쪽해안)

ツバイソ 츠이바소 → コズクラ 거즈쿠라 → フクラギ 후쿠라기 → ガンド 간도 → ブリ 부리
山陰地方 산인(돗토리현 지역 도마야 남쪽 해안)

ショウジゴ 쇼우지고 → ワカナ 와카나 → メジロ 메지로 → ハマチ 하마치 → ブリ 부리
九州 규슈

ワカナゴ 와카나고 → ヤズ 야즈 → ハマチ 하마치 → メジロ 메지로 → ブリ 부리

関東地方 / 関西地方 / 東北地方
下北半島 / 北陸地方 / 富山県 도야마 현
山陰地方  / 九州  / 高知県 
전어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 

‘전어 머릿속에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 


삼치를 겨울 생선으로만 생각하셨던 분들이 봄 삼치를 생소하게 여기듯 가을하면 cliché가 되어버린 전어도 일본에서는 봄 전어의 맛에 빠집니다.

전어 역시 출세어죠.

왼쪽부터 싱코, 고하다, 나가즈미 초밥

우리가  흔히  집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는 전어는 바로 17cm이상 성장한 전어, このしろ 고노시로입니다.

しん‐こ 싱코라고하는 검지손가락 크기의 전어는 초밥하나에 두,세마리가 올라갑니다.

조금 더 크면 こはだ 고하다라고 12cm정도인 전어도 식재료로 사용합니다.

당연히 잡히는 수량도 매우 적어, 한화로 1kg당 40만원에서 100만원을 호가 정도하고 이를 손질하는 셰프들도 정말 현타가 오게 합니다.

그야말로 보통 최고의 생선이라하는 다금바리보다 높은 최고급 어종 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습니다.

정말 보기힘든 어정쩡 사이즈 なか‐ずみ  나카즈미(15~16cm)는 압구정 스시코테이에서 한번 봤네요.

농어

여름철 생선의 대표주자인 농어는 활어로 회를 많이 먹는 식감이 비교적 무르기 때문에 현대, 우리나라에서는 환영을 많이 받지 못하는 생선인데, 그래서인지 정약용의 강진 유배시절 어촌의 모습을 시로 읊은 탐진어가(탐진은 강진부근의 옛이름)에서 조차 ‘어촌 사람들은 농어를 몽땅 술과 바꿔 마셨다(盡放鱸魚博酒杯 진방로어박주배)고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숙성회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거나 기술의 발달도 농어로도 얼마든지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어 여름 생선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농어에 진심이었습니다.

①세이고 ②후코 ③ 스즈키

농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린농어를 서해와 전남 쪽에서 깔따구, 경남쪽에선 까지메기로 부르거나 80cm 이상의 농어를 따오기라고 부르듯 일본에서는 출세어로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ヒカリゴ 히카리고 → コッパ 코파(10cm-20cm) → セイゴ 세이고(20cm-30cm) → フッコ 후코(30cm-40cm) → ハネ 하네 (40cm-60cm)→ スズキ 스즈키(60cm以上)

숭어

평안북도 지방에서 굴목 숭어, 뎅이, 덩에, 나머렉이, 쇠부둥이라불리고, 황해도에서 동어, 애정어, 사릅, 나모래정어이라고, 서울에서는 동어, 모쟁이, 뚝다리, 충남서산지역에서는 몰치, 모쟁이, 준거리, 숭어, 경남 통영지역에서는 모모대미, 이 밖에도 글거지, 애정이, 무근정어, 무근사슬, 미패, 미렁이, 덜미, 나무래미, 걸치기, 객얼숭어, 나무래기, 댕기리, 덜미, 뚝다리, 모대미, 언지……등등 어란魚卵을 만드는 숭어는 한국에서 부르는 명칭이 100개도 넘을정도로 귀하고 품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에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 중 하나였습니다.

당연히 일본에서는 출세어로 명함을 내밀고 있고 ‘숭어 대가리만 있으면 밥을 많이 먹을 수 있다(イナの頭三合飯이나노아타마산고메시)’는 말이 전하듯 그 맛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에도 숭어 비늘국 한 사발 마시면 정승보고 이놈한다’라는 숭어맛에 대한 고평가가 속담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란처럼 숭어알로 만드는 唐墨(からすみ 가라스미)라는 음식이 있는데 우리나라 어란과 흡사하며 만드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당묵(唐墨)’이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 ‘중국에서 가져온 먹’과 같이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숭어를 ‘이나’ 또는 ‘보라’ 그리고 가장 컸을 때 ‘도도’라 하는데, 성장과정을 빗대 만든 표현인데 ‘도도노쓰마리(とどのつまり)’라는 표현은 출세어인 숭어의 성장과정을 표현하면서 몸통이 가장 큰 숭어 ‘도도’가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이라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왼쪽 숭어 어란 오른쪽 からすみ 가라스미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

- 자산어보


한강 하류지역에 속하는 황산도에서는 길이 6cm 이하의 작은 녀석을 ’모치‘라고 부르며 8cm 정도면 ’동어‘, 13cm 이상은 ’글거지‘라고 부릅니다. 18cm 이하는 ’애정이‘, 21 cm 이하는 ’무근정어‘, 25cm이하면 ’애사슬‘, 27cm 이하면 ’무근사슬‘, 30cm 이하인 것은 ’패‘, 34cm 이상이 되면 ’미렁이‘, 50cm 내외 이면 ’덜미‘, 65cm 이상이면 ’나무래기‘ 등으로 불립니다.

한국만큼 일본에서도 이름이 매우 다양란데, 치어 단계부터 성장한 숭어의 명칭은 ハク 하쿠 → オボコ 오보코 → スバシリ 스바시리 → ナヨシ 나요시 → イナ 이나 → ボラ 보라 → トド 도도 인데 오보코는 어린아이 등 어린 모습이나 귀여운 것을 뜻하는 '오보코이'의 어원이고 이나는 젊은이의 푸른빛이 감도는 월령의 푸른빛이 감돌고 거칠게 깎인 등을 닮았다고 해서 '이나세'의 어원이라고도 이야기 합니다.

'젊은이들이 멋을 내기 위해 치켜 올린 상투 모양을 잉어의 등지느러미 모양에 비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도도는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결국', '결국', '갈 곳' 등을 뜻하는 '도토노츠마리'의 어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숭어도 방어처럼 지역별로 다르게 불려 왔습니다.

関東地方 간토 지방(동경도 부근)

オボコ 오보코 → イナッコ 이낫코 → スバシリ 스바시리 → イナ 이나 → ボラ 보라 → トド 도도
 関西地方 간사이 지방(교토, 오시카 부근)

ハク 하쿠 → オボコ 오보코 → スバシリ 스바시리 → イナ 이나 → ボラ 보라 → トド 도도
高知県 고치 현

イキナゴ 이키나고 → コボラ 고보라 → イナ 이나 → ボラ 보라 → オオボラ 오보라
 東北地方 도호쿠 지방

コツブラ 고쓰부라 → ツボ 쓰보 → ミョウゲチ 묘게치 → ボラ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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