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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문 |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 작은 위로가 필요한 시대

by Architect Y Mar 22. 2025

외로움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지루해서 죽을 것 같다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어 죽겠다고 말하지만, 내게 외로워서 죽는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들 때 내 머리는 숙여지고 어깨는 축 처지고 나는 아픔을 느낀다. 

인간과의 접촉을 바라는 신체적인 아픔. 

누군가 나를 잡아주지 않으면, 나를 만져주지 않으면 땅바닥에 쓰러져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정말로 그렇게 느낀다. 

-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p.339∼340


과유불급의 시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사회이지만 우리의 정서와 심신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중들의 심리를 “정보와 상품이 넘쳐 나는 시대에 진심 어린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심신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을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치부하며 혼자 사는 삶이 ‘완벽히 괜찮다’고 외치는 괴짜 주인공이 있습니다. 

청결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주인공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며 차츰 이상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모두의 안부를 묻고 싶어지게 만들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삶에 다가온 사소한 인사로 하여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하는 이야기가 마치 우리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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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을 혼자 꾸려나가는 것에 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유일한 생존자다. 

나는 엘리너 올리펀트다. 

나는 어느 누구도 필요 없다. 

내 인생에 큰 구멍은 없고 나라는 특별한 퍼즐에 빠진 조각도 없다. 

나는 혼자로 충분한 독립체다.

-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p.20


가족도 친구도 없고 언제나 혼자인 엘리너는 곧 서른이 되는 독신 여성으로 완벽한 외톨이에 고립된 생활을 하는 듯한 그녀는 얼굴에 알 수 없는 흉터도 있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엄마와의 관계도 이상하고,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목에서 역설적이게도 완전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외톨이에 대해서라면 나도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먼저 다가가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늘 힘들죠. 

이 소설은 불행한 과거를 지닌 엘리너도 서른부터 친구를 사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사는 엘리너 올리펀트는 그래픽디자인 회사에서 구 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서툴다기보다는 아예 없다는 것이 정확할 정도로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정작 엘리너 본인은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금의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후 변함없이 똑같은 일과를 보내며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따금 나는 필요할 때 찾는 누군가?

예컨대 사촌이나 형제?가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혹은 그저 계획 없는 시간을 같이 보내줄 누군가가.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건강해도, 안타깝지만 그 바람은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조차 의미 없다. 

내게는 아무도 없으니, 누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걸 바랄 자격도 없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p.201

브런치 글 이미지 3

스스로를 우주에서 오직 혼자로 여기며, 곁에 자신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고 심지어 자신은 그런 걸 바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엘리너의 삶은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첫번째는 회사 이벤트에 당첨돼 억지로 가게 된 공연에서 어느 밴드의 보컬을 보고 한눈에 반해이 남자가 운명의 상대라고 자신의 삶을 평범하게 만들어줄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 엘리너는 그와의 관계를 시작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난생처음 외적인 변화를 시도합니다. 

두번째로 회사에 새로 온 IT 담당자 레이먼드와 퇴근길에 방향이 같아 함께 걸어가다 길에서 쓰러진 노인 새미를 도와주며 이 작은 친절은 병문안, 퇴원 파티 등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할 기회로 이어지고, 살아남는 데 급급해 사회적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엘리너는 레이먼드의 도움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그리고 차츰 자신을 둘러싼 방어막을 허물며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그림자와 외로움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합니다.


It's not your fault.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재능 있는 한 청년이 자존감으로 힘들어하지만 올바른 지원을 통해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게되는 1997년 작품, Good Will Hunting 굿 윌 헌팅.

숀의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울음을 터뜨리는 윌...

윌은 숀과 시간을 보내면서 상처의 위안을 받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였죠.

진정한 마음의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이 영화는 나를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다면 아픔은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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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엘리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짜에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매사에 서툴지만, 그녀가 겪는 이 외로움과 우울함은 누구나 깊이 공감할 만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마음을 나누고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주면서 힘들 때 위안을 주고 위로를 받는 관계를 그 누구와도 제대로 맺어본 적이 없기에 설령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지라도 그 손을 붙잡는 데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것이죠.

이때 엘리너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바로 레이먼드입니다. 

그녀가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툴툴대며 자기 곁에서 다른 사람들을 다 밀어내버려도, 레이먼드는 편견 없이 그녀를 대하며 다정하게 곁을 지켜줍니다. 

레이먼드 덕에 엘리너는 타인에게서 전해지는 온기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진심어린 마음이 전하는 따뜻함뿐만이 아니라, 지친 어깨에 닿은 다정한 손길과 포근한 포옹에서 온기를 느끼며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깨닫게 되며 엘리너는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고 그 어둠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면서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모습은 마음 한켠을 뭉클하게 합니다.


지금 아는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너한테 자주 물어봤겠지

오늘 하루 어땠냐고, 

요즘은 뭐가 힘드냐고……

같이사는동안 왜 그 한마디를 못했을까?

- 드라마 눈물의 여왕, 백현우(김수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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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었을 때 ‘오늘은 어땠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하지 않고 살았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위로를 갈망하면서도 저항하는 사람을 위로하려면 인내심과 섬세함, 그리고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안심시켜야 하는데 이 매듭의 실마리가 아닐까요.

누군가의 하루가 궁금하기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안부’가되는 어땠냐는 가벼운 물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을 이어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이따금 우리는 뭔가를 감당하는 동안 그저 같이 앉아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뿐이다. 

-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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