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書帙堪輿遊 서질감여유

책에 미친 바보 형암 이덕무

by Architect Y

친구가 없다고 한탄할 것 없다.

책 속에서 천지(天地)를 유람할 수 있으니.


不須歎無友 불수탄무우

書帙堪輿遊 서질감여유

- 靑莊館全書 蟬橘堂濃笑 청장관전서 선귤당농소


모기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 處暑처서가 지난지 이틀이나 되었다.

여전히 기세를 보이는 폭염소에도 간간히 느껴지는 새벽기운에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한여름 휴가철이 책 읽기 좋은 시간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역시 책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가을이다.

아직은 이른 가을 새벽에 이덕무를 생각하며 더위를 잊을 책을 들어본다.


조선 제일의 책벌레 이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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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는 함께 있어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을 보면, 친구의 얼굴을 수놓은 두루마리를 펼쳐 두고 있다 해도 그 친구와 함께 산수를 감상할 때와 느낌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덕무는 마음을 나눌 수만 있다면 사람뿐 아니라 책도, 구름과 노을도, 갈매기도, 나무도, 귀뚜라미도 모두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친구가 없다고 한탄할 것 없다.

책 속에서 천지(天地)를 유람할 수 있으니.

책이 없으면 구름과 노을을 벗 삼으면 된다.

구름과 노을이 없으면 저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건네면 된다.

날아가는 갈매기가 없으면 남쪽 마을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정을 들이면 되고, 원추리 잎새 사이의 귀뚜라미를 감상하며 기뻐하면 된다.

내가 사랑해도 나에 대해 의심쩍어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다.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이 사람... 책에 미친 바보 형암 이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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