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건축 이야기 I I 뉴욕 디아비칸
뉴욕 디아 비칸 Dia:Beacon, Riggio Gallerie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인 맨해튼에서 그다지 멀리 오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숲길이 나타나고, 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어서 디아비콘 갤러리까지 다다를 수 있다.
미술관 건물은 예전 인쇄 공장이었던 원래 건물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지었는데, 그래서인지 실내가 아주 시원하게 트여 있어 광활하면서도 밝다.
그리고 그 탁트인 공간에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뉴욕은 20세기에 들어서 전세계의 문화중심지의 역할을 맡아 왔으며, 짧은 시간동안의 급격한 문화인구의 유입과 새로운 사조의 흥망에 밑거름이 되어왔다.
그에 따른 결과, 뉴욕시내 곳곳이 뮤지엄과 갤러리로 채워 지게 되었으며 아직도 신축 또는 증-개축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집중현상에 일견 대치되는 Dia Foundation의 Beacon 분관(이하 Dia:Beacon)은 뉴욕시로부터 자동차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Beacon시에 위치하며 2003년 5월 기존의 지역 공장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대규모 상설 전시장이다.
Dia 와 Beacon
Dia 미술관은 1974년에 미니멀리즘과 설치미술 작가들을 지 원하기 위해 설립된 Dia 재단이라는 비영리 기관에 의해 운영 되고 있다.
설립초기부터 Dia 재단은 Donald Judd 나 Dan Flavin같은 미 니멀리스트 작가나 설치작가들을 후원해 왔으며, 그들은 현 재까지도 Dia: Beacon 의 중요한 전시작가들로 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Dia에 현재 소속된 작가들은 현대 미술계에서도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 대부분이며, Dia Foundation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전시와 함께 현대미술교육을 위한 기관으 로서 현대미술에서 영향력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설립당시 디렉터였던Heiner Friedrich와 그의 부인 Philippa de Menil (Houston의 Menil Collection을 만든 Dominique de Menild의 딸), 그리고 젊은 예술사가 Helen Winkler는 Dia Foundation의 역할이 새롭게 부상하는 거대 스케일의 현대미 술을 지원하는 것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믿었다.
Heiner 이후 디렉터를 맡은 Charles Wright 는 Dia 의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하여, 그들이 해왔던 소수의 예술가에 대한 장기 적 지원을 계속하는 동시에 뉴욕 다운타운 근처인 22가에 Dia Art Center를 만듦으로써 그 지역(첼시 Chelsea)이 SoHo에 이어 연속된 뉴욕 현대미술의 메카를 이루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Dia: Beacon은 현대미술의 전시에서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은 보이고 있다.
우선, 다른 대부분의 미술관들이 겪고 있는 소장품 증가의 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을 보여주고있다.
현대 미술관들은 소장품들을 판매나 새로운 작품으로 바꾸는 대신 한번 소장하게 된 작품은 처분하지 않고 시대에 맞는 동시대의 작품을 계속 수집하려고만 한다.
그 결과, 소장품의 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전시공간과 작품보관공간 이 동시에 증가해 공간에 대한 필요가 계속 증가하게 되고, 적절한 공간이 있어야 소장품을 제대로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의 확보가 결국 현대미술관들의 발전에 가 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현대미술관들은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려고 계속노력 하고 있고, 새로운 공간을 증개축하는 미술관은 박문객이나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Dia 역시 1974년이후 소장품의 수가 1990년대 중반까지 700 점 으로 증가했고, 또한 미니멀리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작품 들은 그 스케일이 커져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신축건물로 인해 Dia는 소장품을 더 많이 전시할수 있게 되어, 현대미술관으로서 면모를 갖추 게 되었다.
이전 첼시의 공간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전시만 가능한 정도 로써 전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현대미술관이라기보다 동시대 작가들모임으로서 재단의 성격이 더 강하였었다.
또 다른 의의는 동시대라고 할 수 있는 포스트모던작품들이 상설전시되게 된 점이다.
현대미술작품이 설치나 대규모인 경우가 많아, 작품하나를 전 시하는데에도 넓고 천정이 높은 공간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포 스트모던이후의 작품은 대부분 일회적 특별전시로 전시되고 있다.
Dia재단의 설립자중 하나이자 초기포스트모더니즘의 작 가인 Donald Judd는 현대미술을 전시할 적절한 공간이 없음 을 개탄해 왔었다.
Dia: Beacon은 뉴욕현대미술관이 현재 진행중인 증축공사는 이러한 맥락과 마찬가지로 현대미술을 전시할 적절한 공간을 마련하 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
Dia:Beacon이 자리잡은 허드슨 강변은 미술사적으로 (미국 근대 풍경화가들의 인기있는작품대상) 이고, 정치적, 산업적으로 의미 가 있는 건물(1929년 신축이후 1991년 비워질때까지 미국 과자업 계의 대기업이던 Nabisco Company의 포장박스 인쇄 공장이었음) 이며, 건축적으로도 National Historic Register에 등록된 주요 보 존 대상 건물이다.
Dia:Beacon의 탄생에는 전시대상 작가가 초기 개념설계 단계에 서부터 직접 관여한 작가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현대 미술의 흐름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Donald Judd, Walter De Maria, Dan Flavin등의 Dia 소속 작가들은 Dia:Beacon이 계획될 무렵부터 새 전시장의 프로그램과 전시환경 구성에 깊이 관여하 였다.
그 중에 Judd는 특히 영향력이 큰 인물로 자신이 Marfa, Texas에 시도 했었던 것처럼,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환경과 가지는 연관관계를 중요시 하여, 작품이 자리잡을 주변 조경, 전시장, 심지어 전시장 내 가구까지 하나의 컨셉을
가져야 하며, 이에 기존 건물의 사용이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보 다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기존의 건물을 재사용하는 리노베 이션을 프로젝트 초기부터 주장했는데 이는 첫째, 자연친화 및 신축에 따른 환경 변화를 최소화 하고, 둘째, 전시 주체에 좀 더 많은 비용을 작품에 투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에 예술작품이 개입하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상호 긴장감을 변증법적 논리 프로세스로 풀 어내는 과정에서 작가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고 한다.
Dia:Beacon의 자리매김과 의미부여에 , Judd와 Flevin의 역할이 컸다면, 건축적으로 공간을 디자인 하는데는 Dia Foundation측의 Robert Irwin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외부환경
Dia:Beacon의 특징은 이 미술관을 사용하게 될 작가의 주도하에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진 미술관이다.
Irwin은 미술관의 주출입구로 사용하게 될 정면 부분을 제외 하고는 최소한의 변형만을 제안했다.
기존의 지형을 살려 완만한 경사 언덕을 내려오면 주차장에 이르게 되는데, 주변의 자연환경과 어울리도록 주차구획에 비교적 많은 조경계획이 되어있으며, 이어서 잔디 패턴을 살 린 콘크리트 블럭을 통과해 주출입구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바둑판모양의 격자 블럭은 자동차길과 보도를 구분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며,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재미 있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주 진입로와 주차장, 그리고 뮤지엄샾 정면의 외부공간은 기하학적으로 조성된 수목으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다.
전시장 본관을 정면으로 하여 좌측에 위치한 뮤지엄 샾과 우측의 휴게 공간은간막이 벽을 연상시키는 높은 나무들 의 벽으로 스크린을 대신하고 있다.
주변 자연환경과 달리 이 진입공간은 미니멀한 느낌의 외부공 간이며, 넓은 유리창의카페테리아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내공간
전시장의 주 출입구는 기존건물에 대한 최소한의 증축으로서 기본적인 기능, 즉 관람객 컨트롤의 목적만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도록 디자인 되었다.
하지만, 그 진입공간은 곧바로 광대한 전시실로 이어지며,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좌우대칭형 평면의 정중앙부를 향하게 된다.
이로인해관람객들은 좌측,혹은 우측 방향의 경로를 선택해야 하며, 그 이후의 여정을 이어나간다.
Dia의 전시 원칙은 한 작가의 작품을 비교적 장기 전시하는 것이다.
Dia:Beacon은 이런 개념하에 전시장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적 충분한 공간안에 가능한한 독립적 공간을 차지하도록 계획되었다.
40x290 피트 구조 모듈 (약12.2m x 88.4m)의 주 전시영역에는 경사진 천정 채광창으로부터 쏟아지는 풍부한 자연광으로 가득차고, 기존 공장건물에서 사용되었던 단풍나무 바닥은 있는 그대로 미술관으로 전용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보존 대상 중의 하나인 동,서측 벽면의 유리창은 기존의 전면 투명유리에서 투명과 불투명 유리가 혼합된, 그리하여 전시 장을 이동할때 마치 영화의 필름을 보는듯이 아름다운 외부 환경을 그대로 실내에 유입한다.
전시
전시면적 약 30,000 sft (약 8,430 평)의 Dia:Beacon에 상설전시중인 작가는 현재 24명이다.
비교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로는 Richard Serra, Donald Judd, Andy Warhol, Dan Flavin, Louise Bourgeois등 이 있으며, 모든 작품들은 유연한 실내공간 속에서 그 자리를 적절하게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전시계획의 대부분은 전시 장 공간 할당에 쓰여졌는데, 전시환경을 먼저 조사하고 그에 따라 자연채광의 필요 유무, 필요한 공간의 크기와 비례등에 의해 미리 분류되었고전시공간 완성후에 바로설치가 되었다고 한다.
Serra의 숨막히도록 압도적인 철판 구조물, Warhol의 인상깊은 판화들, Joseph Beuys의 설치작품, 그리고 Hanne Darboven의 편집증적인 일상생활의 기록들은 현대미술이 어 떻게 흐르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전시공간과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내 생각에는 이곳만큼 현대미술에 적절한 공간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며, 이것은 뉴욕으로 부터 한 시간여의 운전에서 느끼는 약간의 지루하고 답답함을 단숨에 날려 버릴 정도였다.
예술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과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정형화된 틀 속에서 먼지한점 없이 도도한 모습으로 관객 을 맞이하는 Metropolitan Museum이나 Guggenheim Museum과는 정반대로, 관객을 끌고 나와 가슴을 활짝 열게 함으로써 더 깊은 이성으로 다가서는 그런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