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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y 12. 2017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1100고지

일흔여섯. 도로 바로 옆 1100고지 습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최단거리 도로는 동쪽의 516도로와 서쪽의 1100도로다.

이중 차를 가지고 가장 높은 해발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도로는 1100도로.

물론 거리상 최단이라고 시간이 그렇지는 않다.

제주시와 중문 사이에 빵빵 잘 뚫린 서부산업도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도로는 영실이나 어리목에서 윗세 오름으로 등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도로다.

더군다나 이름 그대로 한라산을 관통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한라산의 원시림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을뿐더러 그 자체가 공기 정화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의 해발고도가 가장 놀은 1100고지에는 영실각이라는 이름의 휴게소가 하나 있다.

어리목이나 영실 사이에 위치 하기는 하지만 어리목(어름+길목)이라는 말보다는 석가여래가 불제자에게 불법을 설파하던 영산의 모습과 흡사한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영실이라는 말이 더 좋아보여서 그리 작명했는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영실각 앞 1100도로를 건너 슬그머니 한라산 숲으로 들어서면 놀랄만한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한라산의 숨겨놓은 보물창고.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한라산 1100고지 습지.

담수량이 많진 않지만, 아무리 억수같이 비가 내려도 곧바로 땅속으로 투과되고 마는 제주의 지질학적 특성상 고산 초원에 습지가 펼쳐져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하다.

규모는 작아도 물 구하기 힘든 한라산에서 야생동물들에게 중요한 식수원이 되어주고 있어 오랜 세월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오고 있는 생명의 땅이다.

그러니 독특한 가치를 지닌 고산식물들과 동물, 곤충이 서식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두견이, 황조롱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매, 2급인 말똥가리와 조롱이, 제주 특산종인 제주 도롱뇽, 멸종위기보호 야생동물인 도점박이 사슴벌레, 물장군 22종과 국외반출승인대상종인 제주점줄애딱정벌레 등 7종등 13ha정도로 규모는 작은 습지지만 가히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생물의 다양성을 구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산 아래의 습지에 비해 고산습지는 경관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불규칙하게 좁지만 연속적인 혼재된 식물군락과 유수의 흔적이 있는 군락과 육화가 되어 있는 지역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이곳은 사계절 모두 다른 색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각각 다른 자리에 피어나는 생명들이 아니다.

계절마다 똑같은 자리에서 각각 다른 생명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1100고지 습지는 또하나의 완벽한 조화와 평화로운 세상을 이뤄내고 있는것이다.

좌상 물매화, 우상 한라부추, 좌하 곰취꽃, 우하 자주땅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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