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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y 02. 2017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곶자왈

番外번외 제주의 허파, 곶자왈

1991년 여름 제주를 배낭여행으로 한바퀴 돌아본 일이 있다.

지금처럼 버스노선이 정리된때도 아니고 그렇다고 올레길처럼 트래킹하기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도 그리운 시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난 개발로 망가지지 않았다면 제주는 시름시름 앓고있는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것이다.

90년대 초 한라산 정상

최근 몇년간 중국투자자본의 유입으로 제주의 모습이 변한다고 하는데 그 시작점은 정관에서 시작된 마구잡이식 개발에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제주도내 골프장은 7군데였으나 2011년 30번째 골프장인 스프링데일이 마지막으로 등록하고 난 후에 2017년 현재 까지 30곳의 골프장이 영업중이다.

이 가운데 곶자왈 지역에 들어선 골프장은 모두 10곳으로 2004~2007년 사이에 문을 열었다.

현재 중산간지대의 수많은 개발들이 곶자왈을 갈아엎고 이뤄지는 사업이다.

Springdale Golf club

그 당시만 하더라도 곶자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던 시절이었던지라 효용가치가 없게 보였던 곶자왈은 그렇게 파헤쳐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2000년대 들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곶자왈 보존운동이 시작됐다.

그 결과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서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 중산간 지역을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이용행위에 제한을 두게 됐고 최근 도의회에선 곶자왈 보호와 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10여년간 곶자왈지대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면서 관련 연구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섬인 제주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의 생태계다.

숲이라는 의미의 제주어 ‘곶’과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로 사계절 내내 푸르른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며, 다양한 생명체를 품고 있는 자연의 보물창고이다.

화산활동의 산물로 오름들이 형성되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고유한 흐름을 가지며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 안의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은 끊임없는 요철과 함몰지형이 발달하고 다른 용암류와 혼재되어 습지를 만들기도하고 용암돔이나 용암제방 같은 특이한 지질구조를 만들기도 하면서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곶자왈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한 곳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의 남북 공존지대가 된다.


한라산연구소가 실시한 곶자왈 환경자원 조사 결과, 123과 411속 653종 71변종 20품종으로 모두 750종이 곶자왈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 관속식물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곶자왈에는 제주도 서식종 가운데 37.7%에 이르는 750종이 자생하는 것이다.

곶자왈 면적이 제주도 전체 면적의 6%에 불과한 것으로 볼 때 곶자왈이 가지는 생물종 다양성은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식물, 특산식물도 품고 있다.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은 솔잎란, 개가시나무, 제주고사리 삼, 대흥란, 백운란 등 8종류다.

제주 곶자왈의 총면적은 110㎢다.

이는 4100여 종의 한반도 식물 중 절반 가까운 1990종이 자라는 제주 면적(1848㎢)의 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곶자왈에만 제주 서식 식물의 45%(896종)가 산다.

한반도 면적, 22만1336㎢의 0.05%에 불과한 곶자왈에서만 한반도 식물의 22%를 찾아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다양한 식물분포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우다.


제주도에는 4개의 곶자왈 지대로 구분한다.

조천-함덕곶자왈지대, 구좌-성산곶자왈지대, 애월곶자왈지대, 한경-안덕곶자왈지대 등이다.

화순 곶자왈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61

청수 곶자왈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269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741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750

모든 곶자왈은 발원하는 오름이 있는데, 중산간지역의 오름에서 시작되어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 곁에 뿌리를 내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 긴 흐름을 마치게 된다.

애월곶자왈은 해발 800m의 노꼬메오름 분화구에서 시작되어 산록도로와 면허시험장 부근을 지나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며, 화순곶자왈은 해발 약400m의 병악에서 시작되어 서남쪽으로 흘러 산방산 앞까지 흐름을 이어간다.

이렇듯 발원하는 형태나 해발고도, 용암류의 이동거리 등에 따라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대별로 지형 지질이 기본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자라는 식물이나 식생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보면 함몰지형의 가장 습한 바닥부분에는 밤일엽이나 큰봉의꼬리 같은 식물이 자라고 점차 상부로 올라가면서 건조에 잘 적응하는 더부살이고사리나 가는쇠고사리가, 맨 위에는 아주 건조한 지역에는 석위가 군락을 이룬다.

저지곶자왈에서만 발견되는 빌레나무는 용암제방이나 함몰지형의 습한 사면을 따라 숨어 자라난다.

일반적으로 해발고도가 낮은 곶자왈에는 종가시나무가 주로 보이지만 높은 지역은 때죽나무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선흘곶이나 저지곶처럼 해발고도가 낮은 저지대 곶자왈에는 종가시나무와 구실잣밤무나무 등상록활엽수가 우점하는 식생을 보인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높은 교래곶자왈지역이나 애월곶자왈에서는 고로쇠나무나 개서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우의를 점하는 식이다.

밤일엽
가는쇠고사리
석위
빌레나무
종가시나무
때죽나무
고로쇠나무
제주고사리삼
선흘광대버섯

각각의 곶자왈지대는 비슷한듯하지만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성은 그 지역 자연환경의 독창성을 말해 줄 뿐만 아니라 지금은 특정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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