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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22. 2017

일반인문 XCI 글쓰기와 책읽기

; 건축가의 읽기와 쓰기

삼촌 직업이 뭐야?


중학생 조카가 저녁을 먹다말고 엄마(내게는 누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동생에게 건축가라이야기 하자 아닌거 같아서 그래라는 댓구를 했다고 한다.


며칠 전엔 스물아홉의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공대생이 아니라 인문계열, 그 중에도 철학관련학과 졸업생과 이야기 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이야 예술대로 분리한 대학도 있지만 우리가 공부하던 당시의 학제상 건축은 공대에 속해 있었다.

당연히 그 느낌이나 교과과정이 공대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다.

실제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설계라는 디자인쪽 방향보다는 현장직이나 엔지니어의 수가 많다보니 그 색이 그대로 공대였다.


글을 쓴다는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건축설계쪽을 선택하고 일을 시작하다보니 많은것이 필요했다.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야 하니 건축은 인생을 닮아있다.

인생에 여행이 필요하고 이를 반영하자니 건축쟁이는 더 많은 여행을 해야하고 살아가며 직접하지 못하는 많은것들을 책을 통해 얻고자 하니 이를 덮어야 하는 건축가는 더 많은것을 읽어내야 하며 이를 정리 하듯, 품어 생각하듯 말이던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야 한다.


살아보니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결국은 ‘읽기’고 그다 음이 ‘쓰기’다. 

과학이든 인문이든 모든 일의 끝은 궁극적으 로 글쓰기에서 판가름 나고, 잘 쓰려면 역시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독서를 취미로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취미를 물으면 상당수가 등산 아니면 독서라고 답한다. 

독서를 취미로 한다고요? 

그만두세요. 

눈만 나빠진다. 

차라리 클럽 가서 춤춰라. 

취미로 독서하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건 '해리포터' 정도이다. 

진짜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씨름하면서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이제는 얼마큼의 책을 읽었는지도 가늠이 어려울만큼 많이 읽혀진 책은 자연스레 글을 쓰게되었다.

서른 둘엔 첫번째 책을 쓰고 이후 두권을 책을 썼다.

그런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어낸다는것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세세한 신경을 써야 했고 그래 자유로운 글이나 스케치는 더욱 어려웠다.

첫 스케치전은 서른살이었다.

그 후 10년이 넘게 책을 쓴다거나 전시회를 하는 일련의 형식적인 행사(?)를 멈췄다.


하지만 지금도 22년차 건축쟁이는 정도전이나 Leonardo da Vinci 다빈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을 멈추지 않기위해 섬세한 Aphorism아포리즘도 아니며 급진적 서술도 아닌 글을 쓰고 스케치를 하며 여행을 한다.

약초 뿌리 하나 마다 그 성질을 따져서 그 병에 맞게 썼던 그 옛날의 의원처럼 사람 하나하나 마다 가진 모습을 반영하기 위한 집을 짓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요즘은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

자연스러운 표현을 통해 자신을 알리거나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힌다.

글쓰기는 수 많은 읽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자기주장을 펼쳐 세상을 바로잡는 것도 좋지만,

자칫 과격해지기 쉬우니 이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조금 봤다는 사람들이라면 스스로를 책밖에 모르는 바보(看書癡간서치)로 부르던 炯庵李德懋 형암이덕무에 관해 들어 보았을것이다.

서자출신이며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으나 책에 빠져 책 속에서 살며 책을 통해 벗을 사귀며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었던 그는 傭書용서(돈을 받고 남을 위해 책을 베껴 써주는 것)도중 자신을 위해 한 부씩 더 옮겨 적어 가며 학문을 이루어 남이 넘보지 못할 우뚝한 금자탑을 세웠다.


옛날에 傭書용서로 책을 읽은 사람이 있다 길래 내가 너무 부지런하다고 비웃은 적이 있었소. 

이제 갑자기 내가 그 꼴이라 거의 눈이 침침하고 손에 굳은살이 박일 지경이구려. 

아! 사람이 진실로 스스로를 요량하지 못하는 법이오.

그대가 내게 藏書장서를 맡겨 베껴 쓰고 교정 보고 평점까지 맡기려 한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소.

새해인데 사람은 점점 묵어지니 군자는 마땅히 明德명덕(깨끗한 덕행)에 힘써야 할 것이오. 

창문의 해가 따스해 벼루의 얼음이 녹으니 예전 일과를 되찾고자 하오. 

全唐詩전당시를 차례로 보내주면 좋겠소.

- 이덕무가 이서구(조선후기 때의 한시사가시인-韓客巾衍集한객건연집에 참가박제가,유득공,이서구,이덕무)중의 한 사람)에게 쓴 서한 중


쓰기와 읽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주변에 쓰기를 권하지만 그 전에 늘 읽기를 채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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