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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r 28. 2018

coffee break...水適石穿수적석천

;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작가지망생, 치버

그는 자신의 첫 소설 출간을 위해 많은 출판사를 전전하나 단 한군데도 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글이 문전박대 당한 것에 낙담한 그는 앞으로는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완성되기 전까지 절대 원고를 쓰지 않 겠다고 결심을 한다.  

스스로 100% 완성되었다고 판단할 때까지 그는 소설을 쓰지 않고 머 릿속으로 구상만 한다.

이렇게 그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서 만들어 낸 소설은 등장인물이 100명이 넘는 총 열네 권의 장편이다. 비록 머릿 속이지만 줄거리는 물론 등장인물의 특성과 대화 한마디까지도 완벽 하게 기억했다.


드디어 자신이 구상한 소설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그는 타자기 앞에 앉는다.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완성한 이야기를 타자기를 통해 옮기기만 하면 모든 상황은 종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그는 숨 막히는 권태를 느낀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단순히 옮기는 작업이 한없이 지겹게 느껴진 것이다.

머릿속 이 야기를 타자기로 옮기는 데만 몇 주가 걸릴 텐데 차라리 그 시간에 새 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는 그저 머릿속에서 Westminster Cathedral의 문인 구역에 묻히며 생을 마감한다.


BIRD, ROPE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Alfred Joseph Hitchcock 감독의 영화 열차 위의 이방인은 20세기 Edgar Allan Poe로 칭송되 는 Patricia Highsmith의 원작이다.

히치콕은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뭔가 음울하고 섬뜩한 Edward Hopper의 그림에서도 영감을 받는데 두사람의 작품이 많이 닮아 있다.

그의 소설집 완벽주의자에서 참으로 재미있는 주인공을 만났다.

이 책은 1974년 발표된 단편집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과 1979년 나온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를 한데 묶은 책인데 합해서 2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설의 두 번째 이야기, Slowly, Slowly in the Wind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에는 평생 생각으로만 책을 쓴 치버라는 남자가 나온다.


소설을 보면서 어쩌면 치버라는 작가지망생의 모습이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진다.

가르치는 사람이 완벽하게 자신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활용 하는 소위 Polanyi폴라니의 Personal knowledge인격적 지식 수준에 이르 지 못하면서 유창한 말솜씨만으로 어설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혐오스럽게 느껴져, 나만큼은 스스로 완성됨을 느낄 때 나서겠 다고 미룬 것이었지만, 지나보니 용기 없음에 대한 자위일 뿐이었다.

시작하지 않은 만큼 뒤쳐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보니 부족함이 많음에도 시작한 이들은 용기 있는 도전이 었고, 그 과정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다. 완벽을 추구하던 나는 알고 보니 그 자리였다.

완벽함을 뛰어넘는 것은 오직, 용기!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바위에 구멍을 뚫는다.


繩鋸木斷 水滴石穿 승거목단 수적석천.

學道者 須加力索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 瓜熟체落 수도거성 과숙체락.

得道者 一任天機 득도자 일임천기.

- 菜根譚 채근


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라지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라.

물이 모이면 개천을 이루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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