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春分춘분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차츰 해가 더 길어지는 날, 春分춘분
춘분점은 태양 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동서양을 통해 모두에게 중요한 시점이 이날이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彼岸피안(언덕너머 저쪽. 미혹의 생존을 此岸차안이라 하여 현세를, 번뇌의 흐름을 넘어선 깨달음 涅槃열반의 세계를 pāra이라 한다)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았고,
기독교에서는 춘분을기점으로(춘분이후 첫 만월후 첫 주일) 부활절이 정해진다.
종교적으로도 중요한날이거니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제야 봄의 기운을 맞을거라는 기대에 부푸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눈이 온다. 봄눈이.
jazz를 올리고 coffee를 내린다.
병자호란 당시 주화파(청과 화친)와 주전파(청과 전쟁)의 갈등을 중심으로 엮은 영화가 남한산성이다.
여기서 숨막히는 설전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두 인물이 주전파의 김상헌과 주화파의 최명길은 훗날 모두 청의 볼모로 잡혀간다.
최명길 역시 주화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명나라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고, 결국 이 일이 발각되어 자신도 청나라로 잡혀가 瀋陽심양에 억류된다.
심양은 북쪽의 내륙으로 우리나라에 비하여 무척 추운 지역이다.
봄이 왔는데도 온화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고 봄눈까지 내려 도무지 봄의 정취를 찾아볼 수 없게 한다.
이를 바라보며 최명길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억류된 몸으로 모든 것이 절망스럽지만 따뜻한 봄의 기운을 바깥의 환경에서 찾지 않고 내 마음속에서 찾아내어,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진정한 봄을 느끼고 있다.
갑자기 내리는 눈에도 최명길의 말처럼 외물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봄이 진정한 봄일 것이다.
絶域逢春未覺春 절역봉춘미각춘
朝來驚見雪花新 조래경견설화신
莫將外物爲欣慼 막장외물위흔척
春意分明在此身 춘의분명재차신
- 遲川集 春雪有感 지천집 춘설유감
이역에서 맞는 봄은 봄인 줄 모르겠더니
이 아침에 내리는 눈꽃 놀라서 바라보네
외물에 기쁘지도 슬프지도 말지니
봄기운 분명히 내 몸 안에 있으니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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