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뭐 해? 제풀에 지쳐 쉼을 찾아 휴직을 했다.
대학 4년 간의 치열한 취업 준비 끝에 2014년 은행에 입행했다. 아, 자격증 취득을 위해 1년 휴학을 했으니 5년 동안 달린 셈이다. 동아리 활동, 자격증, 인턴, 공모전, 단기 어학연수, 봉사활동, 알바까지. 난 착실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미친 듯이 스펙을 쌓아 올리는 전형적인 취준생이었다. (문득 요즘 취준생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안부가 궁금하다. 그들의 열정에 사회가 어렵지 않게 화답해 줄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라본다.)
그렇게 간절히 염원하던 은행원이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난 고장이 났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업무, 앞 뒤 옆과의 관계들, 각종 척추 디스크와 스트레스성 불안장애로 결국 멘털이 터져 버린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처음에는 은행 탓을 했다. 왜 인력을 더 주지 않는 걸까, 시스템이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건가, 저 사람은 왜 일을 안 할까 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을 원망했었다.
그게 의미 없음을 깨닫고는 내 탓을 했다. 남들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인정욕구가 강하고, 내가 처리한 일에 남이 입대는 걸 싫어하기에 나타나는 완벽주의 성향과 한국인답게 성격은 오지게 빨라서 효율적인 거 아니면 답답해하는, 스스로에게 상당히 피곤한 성격인 것이다. 남들에게는 호의적이고 관대하면서 나 자신에게는 항상 채찍질을 하였고 그로 인해 늘 쫓기는 기분에 시달렸다.
나에게 세상이 치열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는가? 그런데 그 고된 세상을 만든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물론 이런 피곤한 성격 탓에 승진도 빨랐고 원하는 업무도 맡아보고 사람들과도 원만히 잘 지내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지금 멈춰 섰고, 이 와중에도 오롯이 '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쉬면서도 이 시간이 아까워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또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참나, 쉬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한 것일까?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천성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기로 한다. 꼭 뭘 해야겠다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쉴 때 느껴야 할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평온함'이라는 김신지 작가님의 글이 마음을 울렸다. 당연한 말인데 나에겐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쉬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나를 위로하며, 사소한 거라도 좋아하는 것 많이 찾아서 행동하고 경험해보고 싶다. 잘 쉬고 잘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나의 1년 간의 첫 '쉼'을 동행해 주겠는가?
나의 첫 번째 쉼 아카이브를 기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