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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 아카이브 Dec 12. 2024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WITH 자전거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아버지께서 보조바퀴를 달아주셨다. 마당을 빙글빙글 돌다가 어느새 마을을 휘젓고 다닐 때쯤 보조바퀴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곧장 거추장스러워진 보조바퀴를 가차 없이 떼버리고 자전거에 모터 달린 듯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까불락 거리며 친구들과 달리다가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갈고 부모님의 속까지 같이 갈아버린 유년시절 추억이 생각난다. ^^;


부모님의 사랑도 보조바퀴 같다. 

처음에는 완전히 의지해 보조바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넘어질 것 같고, 보조바퀴가 있는 걸 믿고 아무렇게나 막 달려보기도 한다. 


이제 자전거를 좀 탈 줄 아는 것 같고,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거슬릴 때쯤 보조바퀴를 망설임 없이 떼버린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지고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구르고 굴러 넘어지고 깨지고 나면 비로소 보조바퀴 달려 있을 때를 가슴 깊이 그리워하곤 한다. 이젠 내가 부모님의 보조바퀴가 되어 드려야겠구나 하면서.



20대 중반 취업을 하고 차가 생기고 나자 자전거를 탈 일이 없어졌다. 먼지가 쌓여 가고 바람도 다 빠져서 볼 품이 없어져갔다. 


그렇게 골동품이 되어 가던 자전거를 이번에 다시 꺼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바람을 넣었다. 

역시 봄, 가을엔 자전거지!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은 정말이지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행복 그 자체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하늘, 바다, 날씨까지 완벽해 정말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사건들 말고, 일상 속에 자주자주 느낄 수 있는 본인의 행복한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마음이 지옥이면 이런 사소한 행복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그냥 지금 이 순간만을 느끼려고 노력하고 집중해 보자.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걱정, 계획, 근심들은 잠시나마 내려두고, 페달을 움직이는 허벅지의 고통, 지금의 속도를 느끼고 하늘도 한 번 보자.


당장 근심, 걱정을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거기에 매몰되어 가는 나 자신을 내버려 둬선 안된다. 그러기엔 날씨가, 시간이, 내 감정이 너무 아깝다. 


그렇게 나를 밝은 쪽에 두다 보면 어느새 작은 돌파구를 발견할 수도 있고 뭔가를 결정할 용기가 생길 수도 있다. 스스로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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