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의 해방

달리기

by 쉼 아카이브

달리기를 마음먹고 시작한 지는 4년 정도 되었다. 30대가 되자 20대 때랑 똑같은 일상인데도 신진대사가 떨어져서 그런지 체력이 급격히 달리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벌써부터 이렇게 몹쓸 몸이 되어 버리면 40대 50대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막막한 두려움이 생겼다.

지금부터 체력 저축을 해야 나이 들어 덜 후회하겠구나 싶었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현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있다.


마침 집 근처에 큰 공원이 있어서 퇴근 후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공원 한 바퀴를 뛰면 대략 600m 정도 되는 거리인데, 처음에는 반바퀴만 돌아도 숨이 차서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조깅을 하면 하루종일 회사에 박혀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기도 하고, 성취감도 들어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공원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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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계절에는 아파트 헬스장을 이용했다. 러닝머신은 상당히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이라 좋아하진 않지만, 태양을 피하고 싶을 때 주로 머신을 탔다. 어쨌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공원에는 사람,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 강아지들이 많아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서 어떤 날은 달리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점점 러닝머신의 비중이 늘어갔고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러닝머신은 20분 (워밍업, 쿨다운포함) 지나고 나면 내 인내심에 한계를 불러오는 듯했다. 뭔가 20분을 채우기만을 기다리며 걷고 뛰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20분이 되면 뭔가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냥 당장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라 바로 내려와 버렸다.

오늘의 몫은 해냈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사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이렇게 뛴 것만으로도 뿌듯하긴 했다.


그러다 휴직을 하고 요가를 배우며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요가 동작을 하면 쓸데없이 붙들려있는 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목, 어깨 부분이 그렇다.

이것을 발견하면 긴장을 풀게 되고 호흡을 통해 전보다 동작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내가 나를 묶고 있는 부분을 풀어줌으로써 조금 더 몸이 편안해지고 좋은 자세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20분에 갇혀있었다. 내가 나를 가둔 것이 아닐까? 이것을 깨닫자마자 다시 공원으로 나갔다. 평일 애매한 시간을 골라 사람들이 없을 때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일단 2km는 무난하게 뛸 수 있었다.

이제 나를 풀어보자.

세 바퀴, 네 바퀴를 뛰며 속도는 점점 느려졌지만 한 바퀴만 더.


결국 여섯 바퀴를 뛰었다! 나는 4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의지의 문제였던 것이다.

고작 4km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큰 벽을 부순 것 같은 경험이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한 달이 지나서는 7km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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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 쉬지 않고 달리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건 없다.

매 순간 나를 달래고 설득하고 고집을 피워서 끌고 나가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이 들고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껴지면 멈춰도 된다.

달리기 대회를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나로부터 해방시킬 필요는 있다.

요가를 할 때 아, 나는 저 동작을 안될 것 같은데, 달리기를 할 때는 쉬지 않고 여섯 바퀴는 못 뛸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나를 지레 겁먹게 만들고 스스로를 가두는 창살이 되는 것이다.

일단 해보는 거다.


내가 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힘을 풀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 자신과 대화를 하며, 한계를 두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를 찾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내가 나도 모르게 묶어 두었던 것에서 해방되어 어느 선에서 놓아줄 줄 아는 방법을 알면 조금 더 유연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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