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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Sep 14. 2023

영화를 보며 한옥을 생각하다

15th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스페셜 섹션 - 한옥, 새로운 물결

건축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5회를 맞이했다. 건축이라는 렌즈로 영화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본 영화제는 올해 스페셜 섹션으로 ‘한옥, 새로운 물결’을 통해 유행에 중심에 선 한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주거지로 각광받지 못하던 한옥은 레트로 열풍과 함께 지역의 관광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오랜 시간 주거지로 우리 삶과 함께했던 한옥은 이제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네 편의 영화를 보며, 사람들의 관심이 식은 뒤 그때 한옥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존재로 남아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각 영화를 감상하며 떠오른 것들을 적어보았다.


1. 경원 (2019, 30min, 박소영)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의 단장인 경원이 자신의 집을 지으려 한 땅에 유물이 발견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다룬 단편영화다. 땅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 경주를 배경으로 하여 극의 개연성을 높였고, 조사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실적과 집이 문제 없이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내로남불’로 느껴지는 경원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 그런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문화재 매장 여부를 조사하고, 발굴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두 개발을 진행하는 이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공공재에 사용되는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맞는 걸까?


2. 어쩌면 아름다웠을 (2016, 정현정, 28min)


2016년 5월 4일, 23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게 된 어느 세탁소의 하루를 담은 다큐멘터리. 지금은 ‘핫플’로 떠오른 익선동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변화의 소용돌이로 인해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개발, 서민들의 주거지였던 곳은 자본가들에 의해 상업화된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불편하다며 멀리했던 한옥은 유행의 중심에 섰다. 과연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익선동만의 고유의 정서인 것인지, ‘한옥’이란 상업적인 콘셉트 때문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3. 풍정.각(風情.刻) 윤씨고택 (2018, 송주원, 5min)


남산골한옥마을의 가옥 중 유일하게 실제 모델이 남아있는 '윤씨 가옥'에서 한옥의 구조와 얽힌 이야기를 춤사위로 풀어냈다.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는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에 삽입된 음악은 꽤 인상적이었다. 가야금 등 국악이라 하면 떠오르는 악기들의 선율과는 달라 엔딩크레딧에 기재된 곡명을 검색해 찾아보니 ‘박지하’라는 작곡가이자 ‘생황’이라는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의 곡이었다.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악기가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품을 모두 이해할 순 없었지만,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4. 청춘사진 (2018, 김미림, 10min)


친구가 있는 전주로 여행 온 여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감정 전달과 대사 표현이 어색한 배우의 연기, 부자연스러운 극 전개를 보며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절로 떠올랐다.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경기전, 전동성당 등 전주의 유명 관광지가 등장하는데 영화제 측에선 그곳의 이미지가 잘 담겼다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초청하여 상영한 것일까? 그 또한 의문점으로 남는다.


참고로,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상영작 일부는 9월 17일까지 네이버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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