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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의사가 본 영화 '리턴'과 '어웨이크닝'

 -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라서 10 화

 마취와 관련한 영화가 나왔다기에 마취과 의사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취과라는 분야가 대중적인 분야가 아닌 것은 확실하니 어떤 소재를 다루었을까 궁금하였다. 둘 다 2007년에 제작된 영화로 리턴은 그 해, 어웨이크닝은 2008년에 우리나라에 개봉된 영화이다.


 김명민이 주연을 맡은 ‘리턴’이나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제시카 알바가 나온 ‘어웨이크’이나 둘 다 스릴러물인 데다가 마취 중 각성(accidental awareness during anesthesia)에 관한 영화였다. 두 영화가 공통점이 많은데 환자가 모두 심장 수술을 받는 도중에 생긴 각성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논문들의 보고에 따르면 심장 수술이 다른 수술에서보다 마취 중 각성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 근거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리턴’은 어릴 때 심장 수술을 받는 도중 각성하여 수술 시 통증과 공포를 느끼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syndrome, PTSS)까지 생긴 한 인간이 성장한 후에 일으키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이규만 감독이 한국에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새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한다. 연기자 김명민이 류 재우라는 외과 의사로 나오는데 그의 아내(김 유미) 역시 수술 중 각성으로 인해 통증 쇼크로 사망하게 된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PTSS를 갖게 된 그 인물이 과거 자신의 수술에 참여했던 의사들에 대한 복수라는 것을 알게 된 류재우가 이 인물을 밝히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테마이다. 영화 중간에 수술실에서 정신과 의사(김태우)가 최면 마취라는 것을 하는데 이런 마취는 18세기 영국의 의사가 인도에서 시행했다고 본 것 같기도 하고 TvN이라는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다루었다고 하나 이제까지 나의 경험으로는 낯선 마취이다. 환자의 의식을 다룬다는 면에서 마취과 의사를 정신과 의사와 같은 분야로 생각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마취과 의사가 술자리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최면을 걸거나 정신과 의사의 보조를 마취과 의사가 서는 등의 내용은 나 같은 평범한 마취과 의사가 이해할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 갑자기 미국에서 돌아온 친구(유준상), 마취과 의사 친구(장석호), 정신과 의사 중 누가 범인인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끝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긴 한데 마취과 의사가 보기에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리턴과 같이 개봉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난 느낌의 어웨이크. 백만장자인 헤이든이 심장이 좋지 않아 심장 이식을 받기로 결정하고 심장외과 의사인 친구가 집도를 하는데 수술 도중 각성이 일어난다. 주인공은 수술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되며 그 상태에서 자신의 주변에 있었던 음모를 알게 된다.


 여자 친구인 제시카 알바와 친구인 잭이라는 의사가 자신의 돈을 노리고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 것을 목격하게 된다. 결국 아들이 심장이식 도중 이식에 거부 반응을 나타낸다는 소식을 듣고 의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장을 이식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리턴보다 반전은 약하나 가슴이 뭉클한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두 영화를 보게 된 관람객들은 아무래도 마취에 대한 공포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리턴에서 김명민의 친구로 나온 유준상이 이 영화를 찍고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마취 후 각성이 무서워 전신 마취를 거부하고 부분 마취를 받았다고 한다.


 마취 중 각성은 그 발생 빈도가 매우 다양해서 600 명당 1명에서 17000 명당 1 명꼴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발생 빈도가 다양한 이유는 각성이 유독 잘 일어나는 수술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가 있기 때문이다. 마취 중 각성이 잘 일어나는 경우는 산모 마취, 심장 및 폐 수술, 응급수술, 비만인 환자, 이외 다른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나이 든 마취과 의사라는 항목도 있다. 50대 중반인 나 또한 나이 든 마취과 의사에 속하려나... 60대 이후부터를 지칭하는 것이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해보지만 영 불안하다.


 각성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소리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부터 통증을 느낀 경우로 다양할 수 있다. 사실 수술을 앞둔 환자분들의 마취에 대한 두려움 중에 이 수술 중 마취가 깰까 봐 두려워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물론 마취에서 깨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경험한 환자는 제왕절개술 예정 환자였다. 대학병원 전임의 때니 20년 전인 것 같다. 전공의가 산모에게 경막외 마취를 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전신 마취로 마취 방법을 변경한 환자였다. 수술이 끝나고 이틀 후 산부인과에서 연락이 왔다. 환자분이 수술 중 소리를 기억하며 말소리도 들렸다고 하시며 수술 후 잠을 이룰 수가 없고 불면증이 생기셨다는 것이었다. 병실에 가서 환자분을 만나 뵈었는데 딱히 마취 중 각성하셨다고 정의하기도 조금은 애매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정신의학과에 의뢰하고 산후 우울증도 겹친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래된 일이라 그 이후의 일이 뚜렷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법적인 문제나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더라면 기억이 날 텐데 별문제 없이 해결되었나 보다.     


 내가 심장 마취 파트에서 일할 때 전공의들 간에 돌아다니는 믿거나 말거나 루머가 있었는데.. 심장 수술 중에 환자가 눈을 번쩍 뜨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심장 수술 시에는 마취제가 심폐 우회로 안으로 투여되어야 하는데 마취과 전공의가 그 펌프 안에 약을 주는 것을 깜빡하여 환자가 중간에 깼다는 것이다. 환자의 심장은 수술 중이라 흉곽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그랬다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요즘에는 수술 중에 환자의 뇌파를 분석하여 환자의 마취 심도를 파악하는 장비(Bispectral Index)가 나와서 우리도 그 장비를 애용한다. 그러나 이 장비가 100% 민감한 것이 아닌지라 이 장비만 믿을 수도 없다고 한다. 결국, 마취과 의사의 경험과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러한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취 중 각성을 일부러 유발하는 신경외과 수술이 있다. 간질의 원인이 되는 뇌의 부위를 찾거나 수술 중 어떤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를 알기 위해 일부러 수술 중에 환자를 깨우는 각성 개두술(awake craniotomy) 시 하는 마취 방법이다. 

 마취과 의사로서 항상 마취 중 각성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모니터링하고자 한다. 포괄 수 과제에 해당하는 수술을 제외하고는 꼭 마취 심도를 측정하는 장비를 사용하고 환자를 자주 모니터링하려고 노력해 왔다. 환자마다 마취 약제에 대한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매우 주의하여 환자를 살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이 마취하는 환자가 리턴이나 어웨이크에서 나오는 그런 특별한 경험들을 겪지 않도록 우리 마취과 의사들은 열심히 올빼미의 눈을 가지고 살펴야 할 것이다.         



                           

제목: 어웨이크 (각성, 조버 헤럴드 감독, 2007, GreenStreet Films)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3월에 개봉한 미국 스릴러 영화이다. 도시의 절반을 가졌으나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백만장자(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어머니가 반대하는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을 감행한다. 어머니가 추천한 의사가 아닌 자신의 친구인 잭에게 심장수술을 받는 도중 마취에서 깨어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통증으로 인해 유체이탈을 하면서 진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영화이다.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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