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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요한' 드라마를 보다

 -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라서 11 화 (방영 시작직후 작성한 글입니다.)

 며칠 전 통증 학회에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의사 요한’의 많은 시청을 바란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마취 통증의학과, 특히 통증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면서 많은 관심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집에 TV가 없다 보니 드라마를 안 본 지 몇 년째이고 ‘대장금’ 이후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


 최근에 들어서서 머리가 아프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인터넷으로 ‘나의 아저씨’ ‘도깨비’와 같은 지나간 방송을 본 적은 있으나 가능한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학회에서 요청한 드라마 방청이니 보아야 할 것 같았고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드라마라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인터넷으로 나마 찾아보았다. 본방을 본 것이 아니다 보니 시청률에는 기여를 못 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했다.  


 시작부터 재소자들의 장면이 나와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이런 곳에서 무얼 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어느덧 나는 드라마에 빠져들고 말았다. 드라마란 소설과 달라서 영상을 통해 모든 것이 전개되니 집중하지 않고 본다면 이야기를 놓칠 수 있다. 집안일을 하면서 드라마를 틀어 놓았다가 윤상-갑상 연골막 절개술(cricothyroidectomy) 부분에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았다.


 드라마가 의학적인 부분을 얼마나 잘 재현하는가 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감시하는 마음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하겠다. 그런데 이 세영과 지성이 어찌나 절개술을 잘하던지 솔직히 마취 통증의학과 의사라고 해도 그런 응급 시술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나보다 나은 것 같았다.     


 일본 의사이자 작가인 구사카베 요의 ‘신의 손’이라는 작품을 원작으로 김지운이란 작가가 극본을 썼다고 했다. 의학적인 부분의 감수는 누가 했는지 궁금하여 찾아보았으나 찾지는 못했다. 

 

 드라마의 초반인 만큼 내용 전체를 전혀 알 수 없고 복선으로 깔린 여러 장면들에 궁금증이 일어나니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마지막 회까지 볼 수밖에 없겠다. 이 세영이 연기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2년 차와 지성 간에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기류가 한국 의학 드라마에서 꼭 빠지지 않는 ‘사랑’의 기류를 타게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내심 그런 방향이 아니길 조금 기대해 보았다.


 과거 ‘굿 닥터’라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의사에 관한 드라마가 미국에서 다시 만들어 진적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의사 간의 사랑 부분이 모두 제거된 내용으로 거의 의학적인 재미가 대부분이었기에 의학드라마 특유의 재미가 더 했던 것 같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간의 사랑 이야기가 빠지면 흥행이나 시청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없진 않겠다만 의학적인 내용의 스토리 화만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정말 대단한 드라마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송과 담을 쌓고 사는 편이라 나오는 연기자 중 지성밖에는 알 수가 없었고 이 세영이란 연기자는 처음 보았는데 콧날이 예쁘고 웃지 않을 때조차 아름다운 연기자로 연기도 꽤 볼 만하게 잘하는 것 같았다. 마취 통증의학과 과장이자 이 세영의 어머니로 나오는 김 혜은이라는 연기자는 실제 나이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이자 레지던트를 딸로 둔 엄마 치고는 너무 젊고 날씬하여 극 중 인물과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에 속하는 나와의 차이에 조금은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았다.


 김 혜은이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마취 중에 문제가 발생하자 전공의들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장면이 나오자 같이 보고 있던 큰 아이가 엄마도 수술실에서 저러냐고 물었다. 나는 ‘저런 비슷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는데 엄만 전공의들에게 소리 거의 안 질러, 저런 식으로 험악하게는...’라고 대꾸를 하면서도 나도 저런 적이 있었나 되새김질해보게 되었다.


 첫 회에서 지성의 친한 감방 후배(?)의 아픈 증상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여러 가지 병명을 내세우며 진단하기에 바빴으나 딱히 진단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2 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으니 K팝에 이어 전 세계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2 화에서 결국은 남편이나 나도 한번 정도 들어 본 것도 같은 파브리 병(Fabry disease)이라는 병명이 나오는데 우리 부부는 한국 의학 드라마의 위력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고 하겠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정말로 의료진들이 이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환자들은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효소 대체 치료 (enzyme replacement therapy)와 같은 적절한 치료를 제때에 받지 못해 결국 소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보았다. 당지질의 선천성 대사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드라마에서 알려주는 정보가 모두 정확하였다.


 의사로서 의학 드라마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다니 많이 민망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한 편으로는 이 병의 진단이 늦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이러한 홍보를 통해서 의사들이 잘 진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스컴의 위력으로 우리 의사들이 이 병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잘 치료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드라마 중간에 파브리 병을 가진 환자의 주치의인 황희라는 연기자가 파브리 병의 확진에 필요한 지브라 바디가 보이지 않아 진단 내릴 수 없고 따라서 파브리 병의 치료를 못하게 막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될 것으로 결정이 되면서 이 세영이 다른 병원에서 얻어온 효소 치료제도 같이 가지고 가기 위해 약제가 병실로 도착한다. 이 세영은 만일 이 환자가 파브리 병이 아님이 확진된다면 이 효소 치료제를 빌린 대학 병원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실에 도착한 약제는 주사기에 담겨서 도착하였다.


 효소 약제가 워낙 주사기에 담겨 나온 약제라면 정말로 심도 있게 잘 만든 드라마일 것이나 만일 약제가 바이알이나 앰플에 담겨 나오는 것이라면 이 부분은 옥에 티라고 하겠다. 약제는 모두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에 주사기에 담아야 하며 한번 주사기에 담긴 약제는 다른 환자에게 투여할 수가 없는 것이 원칙이니... 그러나 스토리상 급박한 상황에서 황희의 반대를 뿌리치고 급하게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니 바이알에서 주사기에 담는 장면을 삽입하면 스토리가 이상해질 것 같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의사 요한’이라는 드라마는 재미도 있고 의학적으로도 별 무리 없이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하겠다. 앞으로의 내용이 많이 궁금하여 이번 주 금요일까지 어떻게 견디어 낼지 고민이 된다.





제목: 신의 손 (구사카베 요/박상곤 역/학고재 출판, 2012)


 안락사 법의 제정을 둘러싼 의사, 정치인들과의 암투와 의문의 연쇄 살인을 소재로 다루었다. 의사들의 치열한 논쟁과 음모가 정치가들의 이권 투쟁으로 번져가는 과정이 치밀한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펼쳐진다. 살인 사건의 배후가 점차 드러날수록 등장인물들이 겪는 혼돈과 절망의 묘사는 의료 현장을 겪은 작가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안락사라는 주제를 환자가 아닌 의사의 시점으로 그려낸 점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구사카베 요는 오사카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로 일본 외무성 외무 의무관으로 지내다 노인 데이케어와 제택 의료에 종사하던 의사로 2003년 ‘반신불수’라는 저서로 작가 데뷔를 하였다. 이후 ‘파열’, ‘무통’, 등의 다수의 저서를 지필 하였다. 출처: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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