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객관성의 한계, 규범적 체계의 불가능성

감정의 거울로서 AI - 기록 평가의 윤리와 반사성

by 아키비스트J

현행 법령은 평가의 기준을 ‘행정업무 수행의 참고’와 ‘사실의 증명 필요성’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언어는 감정, 문화, 기억의 층위를 배제한 채 효율과 증빙을 우선시합니다. 현장에서는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한지를 우리는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록은 10년 보존’ 같은 문구는 행정 절차의 편의와 행정 행위에 대한 증거적 가치를 보장할 뿐 그 공간이 개인의 삶과 감정에 미친 영향, 공동체의 기억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1760792241942696.png 박성근, ‘Group Portrait of Desire (after Rembrandt)’ 외, 「괴짜전 2025」

괴짜전 2025 답사 이후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하다보면,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결국은 법적 의무라기보다 사람들의 기억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이 발언은 어쩌면 제도적 객관성의 허상을 드러내는 걸지도 모릅니다. 기록은 법의 언어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이 담아내지 못한 ‘감정의 증거’가 기록을 존속시키는 이유가 됩니다. 결국 기록의 객관성은 완결된 체계가 아니라, 사회적·감정적 합의의 산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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