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기록평가- 예측 가능한 감정, 불가능한 객관성

감정의 거울로서 AI - 기록 평가의 윤리와 반사성

by 아키비스트J

그렇다면 감정이라는 소위 비합리적 요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을까요?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감정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은 인간의 감정 패턴을 인식·예측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AI는 특정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응(댓글 감정 분석, SNS 언급량, 시기별 공감도 등)을 수집하여 감정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어떤 사건에 정서적으로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기록인 셈입니다.


이 변화는 기억의 구조 자체가 거시적에서 미시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의 기록 체계는 국가, 제도, 공동체가 중심이 된 거대한 레거시 메모리얼(legacy memorial)이었습니다. 기억은 기념비와 제도적 시설을 통해 ‘한 목소리의 역사’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AI는 수많은 개인들의 디지털 흔적을 감정의 단위로 수집·분석함으로써 마이크로 메모리얼(micro memorial), 즉 개인 단위의 감정적 기억들을 축적할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 마이크로 메모리얼들은 점처럼 흩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감정의 패턴으로 연결되어, 결국 하나의 감정적 모자이크를 형성합니다. 이제 기록의 가치는 공적 기념의 무게가 아니라 수많은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교차하며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1760791880375873.png 정민제, '그녀들의 베란다 정원'*,「괴짜전 2025」

* 정민제 작가의 작업은 언어와 사물, 기록과 기억을 잇는 매개체로서의 재료를 탐구하며, 개인적 서사가 어떻게 공적인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설명 중 일부 발췌)


이때 기록 평가의 과제는 더 이상 무엇을 영구보존할 것인가가 아닌 그 미시적 감정의 집합 안에서 공명(共鳴)의 구조를 찾아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AI는 이러한 감정의 패턴을 가시화하는 거울이자, 개별적인 기억들이 만나 집단적 정서의 지층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됩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거대한 기념비를 대신해 객관성의 도구에서 감정의 거울로 전환되는 새로운 평가 장치로 작동합니다. 그것이 인간 중심의 기록평가 체계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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