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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Oct 31. 2020

내가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미 숱하게 사계절을 보내왔지만 계절이 바뀐다는 감각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춥다는 감각이 무뎌질 만큼 끈질기던 더위는 어느덧 가시고, 따뜻함이라는 감각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떨어지는 기온은 태어날 때부터 얇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두꺼운 보호막을 필요로 하게 합니다.


 저는 추위에 약합니다. 어릴 적 '냉두드러기(추우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현상)'라는 정체 모를 병을 앓을 정도로 '춥다'라는 감각에 민감합니다. 그렇다 보니 연약한 이 몸의 손과 발은 한기가 찾아온다 싶으면 사람을 발견하면 구멍으로 달려가는 쥐처럼 따스한 구멍으로 달려 들어갑니다. 공기와의 표면적을 줄이고 열을 발생시키기 위해 온 몸은 아르마딜로처럼 몸을 웅크리고 몸을 감싸는 데시벨을 높입니다.


 그날도 저는 그렇게 몸을 웅크린 채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장갑 없는 손은 주머니 속에 푹 찔러 넣고 고개는 최대한 숙인 채 몸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동그랗게 말고 있었습니다. 온몸을 수축하고 오랜 시간 걷다 보니 자연스레 어깨는 결려오고 땅만 보고 걷다 보니 목도 아파 왔습니다. 순간 저는 갑작스레 짜증이 확 몰려왔습니다. '아씨, 내가 왜 이렇게 걸어야 해! 추운 게 뭐 대수야?'. 그러곤 저는 홧김에 웅크린 몸을 확 풀어버렸습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고개를 치켜들고 잔뜩 수축한 어깨 근육을 이완시켰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추워봐라? 내가 이 춥다는 감각을 하나하나 느껴주겠어.'


 그런데 웬걸? 이상하게도 저는 별로 춥지 않았습니다. 몸을 돌돌 말고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얼어버릴 것만 같은 추위였는데, 몸을 피고 당당하게 걸으니 추위는 생각보다 버틸만했습니다. '뭐야? 하나도 안 춥잖아!? 이래선 추위를 하나도 못 느끼겠는 걸?'


 그 길로 저는 핸드폰도 보고 주변 경치도 보면서 당당하게 집까지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던 추위는 제가 추위를 받아들이고자 마음먹는 순간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는 고통은 어쩌면 이처럼 생각보다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고통받기가 두려워 몸을 움츠리는 것은 고통으로부터 몸을 지켜줄 순 있지만, 고통에서 계속 지배당하게 만듭니다. '이 고통은 어마 무시해. 나는 나약하니까 내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끝날 거야!' 이와 같은 상상은 나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실제보다 더욱 크게 상상하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상상은 자신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실제 할 수 있는 일보다 매우 적은 양의 일을 소화하게 만듭니다. 어찌 보면 몸을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펴는 것이 진정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도 한 번 추울 때 몸을 펴보세요! 아마 저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에도 어느 정도 정도가 있다고 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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