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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07. 2020

길을 걸으며 생각한 것

눈높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업을 하기 위해 매일 아침 스터디 카페로 향합니다. 어느덧 이렇게 살은지도 반년이 다 돼가니 이제 이 길도 매우 익숙해졌습니다. 이쯤 가면 이것이 있고 이쯤 가면 뭐가 나오고... 차와 사람만 없다면, 이제 눈감고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스터디 카페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앞만 보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문득 내가 평소 보는 이 공간이 너무도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만 보며 걷는 제게 보이는 공간은 그림자에 몸이 대부분 가린 초승달처럼 매우 연하고 얇은 크기의 공간이었습니다. 움직인다고 해봤자 차량이나 보행자 확인을 위해 고개를 좌, 우로만 움직이는 정도가 다였기 때문에 였기 때문에 전체 공간에서 비해 매우 얇은 부분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곳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이 맞나? 그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금껏 내가 놓치고 있던 너무도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고개를 젖힐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젖혀 하늘을 바라보니, 내가 지금껏 보던 공간이 정말 작은 공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이 공간에서 내가 아는 것은 이 눈높이 시야 속에 있는 몇 가지 조형물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공간의 10% 채 안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내가 자주 다니는 거리, 내가 자주 다니는 장소. 저는 평소 이런 곳을 갈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 여기 잘 알아'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잘 아는 공간은 사실 지금까지 봐오던 눈높이의 공간 정도뿐이었습니다. 이 공간은 가득 찬 보름달에 비해 매우 미흡한 초승달 정도의 공간이 었습니다. 이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은 사실 모두 전체 진실의 매우 극히 일부분이 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알고 있어, 익숙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것에 대해 내게 익숙한 몇몇 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종종 저는 진실의 덫에 빠집니다.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고 '이 정도면 눈 감고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매우 넓은 공간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겸손함을 가져야 합니다. 잘 알기 위해서 우리는 눈높이 공간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더욱 잘 알기 위해, 우리에게는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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