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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01. 2020

감정을 잡아두다.

감정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

 감정은 향기와 같습니다. 그 감각은 매우 아름답지만 휘발성이 강하여 금방 날아가 버립니다. 때로는 이런 휘발성이 우리를 안 좋은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지만, 이런 휘발성은 우리를 좋은 감정에 오래 못 머무르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으로는 이러한 감정의 휘발성을 막을 수 없습니다. 감정이 날아가는 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는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입니다.


 하지만 향기로운 향기로 가득 찬 공간에 오래 놓아둔 옷이 그 향기에 젖듯, 아름다운 감정을 몸속에 오랫동안 잡아두면 우리는 그 감정을 오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어쩔 수 없이 날아가기 때문에 그것의 흔적이라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몸속에 잡아두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감정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그 감정이 세어나갈 곳을 막아야 합니다. 감정은 감정이 들어오는 통로로 들어가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청각 그리고 말하기. 이 감각 기관들은 감정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내뱉으면서 계속해서 감정을 변화시킵니다. 


 물론 우리가 이러한 감각 기관을 완전히 봉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계속 흘러들어오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향기를 더욱 증폭시킬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감정을 몸속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는 종종 제 감정을 지키고 싶을 때,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한 곳을 바라봅니다. 주변의 소리와 움직임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그것을 그것 자체로 바라볼 때, 나의 주위로 나만의 거대한 쉘(shell)이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주변의 모든 요소들을 무시하고 흘려보내면 내 안의 감정이 세어나가지 못하고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머리가 멍해지고 눈 앞의 관경이 영화 스크린 속 독립 세계 같을 때, 귀로 들어오는 소리들이 자극이 아닌 BGM으로 바뀌고 공간은 오롯이 나의 내면에만 집중됩니다. 이렇게 10분 20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 몸안의 감정은 나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고 몸 전체에 퍼지며 점점 더 향이 진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가두어진 감정은 내가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감정을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내 몸속을 맴돌며 몸속에 자신의 자취를 진하게 남깁니다. 지금의 이 글도 그때의 감정과 감각이 몸 곳곳에 남아있는 채로 쓰이고 있습니다. 감정의 잔향은 그곳을 떠난 후에도 오랜 시간 지속되며 나를 감쌉니다.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감정을 잡아두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너무도 소중한 감정을 쉽게 날려버립니다. 감정이란 것은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흘러가고 떠나가는 것입니다. 내가 어느 날 느낀 행복은 또다시 느낄 행복과 다른 행복이며, 내가 느낀 사랑은 다음에 있을 사랑과 다른 사랑입니다. 우리는 그때 느낀 그 행복 또는 사랑 등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조금은 더 그 순간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의 잔향이 몸속에 오래 남을 때 우리는 보다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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