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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Dec 30. 2020

너무 세월이 빨리 흘렀다 생각될 때.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드는 생각.

 연말이 다가옵니다. 정처 없이 걷다 낭떠러지에 도달하면 멈춰 뒤돌아보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세월을 흘려보내다 마주한 한 해의 끝자락은 저를 뒤돌아보게 합니다.


 '작년의 나는 어땠지? 재작년의 나는?' 하나둘 지나온 지점을 생각해보면 세월이 눈 깜짝할 새 흐른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나, 재작년의 나 혹은 20대 초반의 나는 지금의 나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어젯밤 꿈처럼 흐리었으면서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렇듯 시간이 빨리 지났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조금 우울해집니다. 아껴 먹으려 싸매 놓은 사탕을 한 움큼 흘려버린 것처럼 아쉽고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이런 우울감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12월의 끝이 다가올수록 이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어느 한 시점의 내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이런 감정은 사라집니다. 올 한 해 혹은 한세월 동안 내가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참 긴 시간을 건너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의 설렘, 입대할 때의 기억,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던 나날들. 그때 일들을 생각해보면 참 옛날 일이다 싶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나이를 먹지 않는 '짱구'처럼, 경험하는 나는 그대로지만 그간 쌓여온 회차들이 나의 세월을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보지 못하기에 한 시점의 나를 떠올려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경험해 온 사건을 떠올리면 지금의 나와 옛날의 나 사이의 간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 사이의 머나먼 간극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구분 지어 줍니다.


 비록 지금 몸속에 숨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밖에 서 안으로 바라본 나는 생각보다 두텁게 자란 굳은살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보지 못하기에 성장한 나를 지나온 날로 어림잡습니다.


올 해 끝자락.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세월을 돌아보며 어느 만큼 자랐나 스스로를 다시 한번 제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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