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미융합소 Feb 27. 2021

방어기제를 이해하자

 방어기제는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죄책감이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너무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가 방어기제를 펼쳤는지, 의도적으로 말한 건지 깨닫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본심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했던 결과도 못 얻을뿐더러,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학생 시절, 학기가 끝나고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반갑고 신이나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학교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칭찬과 성과를 아버지께 쭉 자랑했습니다. 성적도 잘 받고, 교수님께 칭찬도 받았다며 어리광 섞인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 이야기를 듣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 '교수님이 좋아하는 것 말고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등 조언을 했습니다. 가만히 듣던 저는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아버지의 조언이 맞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말꼬리를 잡고 따졌습니다. 어느새 대화는 아버지의 조언이 맞는지 안 맞는지로 흘러갔습니다.


 자기 전,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사실 아버지의 말에 공감 못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화낼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났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아버지의 칭찬이 듣고 싶었습니다. 몇 개월간 서로를 못 본 사이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아버지가 인정해주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칭찬이 아닌 조언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칭찬을 받지 못해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칭찬을 받지 못해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괜스레 아버지 말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저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자 화를 냈습니다. 칭찬받고 싶었다고 말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기에 몸이 방어기제를 펼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것이 방어기제인지 알지 못했고, 아버지 말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버지 말꼬리를 물었고 이야기는 말싸움으로 변질됐습니다. 이야기는 처음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방어기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자극을 받는지, 내가 어떤 감정을 지키고자 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아버지께 이야기합니다. “아버지 조언도 감사한데 칭찬도 듣고 싶어요. 저 잘했죠?” 이제 대화는 의도했던 대로 흘러갑니다. 쓸모없는 싸움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방어기제가 지키고 싶어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것이 펼쳐지는지 이해하면 의미 없는 싸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과 얼굴을 붉혔다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때 왜 화를 냈는지, 그리고 나는 화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그렇게 한다면 다툼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과 목표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