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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ul 13. 2020

나는 왜 벌레를 무서워했는가.

벌레 공포증(1)

 '벌레'. 정말 소리만 들어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마구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분명 여러분 중에도 벌레를 무서워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현대인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벌레 공포증. 저 역시도 굉장한 벌레 혐오자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부터 벌레를 무서워했냐 하면은 그건 또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오히려 벌레를 무지 좋아했습니다. 어릴 적 항상 제방 찬장에는 벌레 상자가 있었습니다. 직사각형의 종이로 된 상자였는데 그곳에는 제가 애지중지 여기는 실제 벌레 모형 장난감이 한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그 상자를 굉장히 아꼈는데 가끔 사촌 동생이나 친구가 놀러 오면 그 상자를 꺼내 내 벌레들을 자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다르게 제 사촌 동생은 벌레를 굉장히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벌레를 꺼내 사촌 동생에게 자랑할 때면 그는 항상 심한 거부감을 느끼다 울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그때는 사실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무서워하는 사촌동생이 상당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갑자기 저도 벌레를 끔찍이 싫어하게 됐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큰 벌레가 눈 앞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순간 몸이 굳고 심장이 급격히 뛰었습니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사촌동생의 행동을 제가 똑같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 안에서는 물론이고 혹여나 밖에서라도 조금 큰 벌레가 나타나면 손으로는 물론이고 휴지 방패를 친 상태에서도 도저히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홀로 사는 자취방에 바퀴벌레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작은 바퀴벌레가 아니라 거대한 독일 바퀴벌레였습니다. 순간 온몸이 굳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굉장한 공포감이 몰려왔습니다. 바퀴벌레도 놀랐는지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찬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이 뿜어내는 강력한 아우라 때문에 정말 그 자리에서 10분간 얼어있었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결국 도저히 그 녀석을 잡을 엄두가 안나 일단 친구 집으로 도망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자리를 비우고 하루가 지나고 나면 바퀴벌레가 사라져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제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이제는 집에 돌아가니 이 녀석은 아애 현관에 마중 나와있었습니다.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서 당장 그 길로 근처 마트에 가서 바퀴 퇴치약 세트를 깡그리 사 왔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이후 바퀴 녀석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습니다.


 바퀴가 사라졌다곤 하지만 그 녀석에 대한 공포감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일단 내가 잡은 게 아니라 그 녀석이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우 컸습니다. 그렇게 며칠간 크나 큰 공포감에 시달렸습니다. 집 안 곳곳에 바퀴 퇴치 트랩을 설치해 놓고 집에 있는 음식물들을 죄다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잠을 자려고 불을 끄면 미칠듯한 불안감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수였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큰 스트레스가 폭발해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아니 잠시만 근데 내가 왜 쫄고 있는 거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 그 녀석이 나타난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것도 아니고 목숨 걸고 싸우면 상처하나 안 나고 내가 이길 게 뻔한데 내가 왜 무서워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 상태로 누워 내가 왜 저 녀석을 무서워하게 됐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드디어 저의 벌레 공포증의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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