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늘부터 세계는'을 읽고.
올해 1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올 1월 설을 쇨 때까지만 해도 지금 이 사태가 이렇게 까지 심각해질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했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반복적이기만 하던 일상들이 새롭게 변했습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며,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책 '오늘부터 세계는'은 이런 상황 속에서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이 가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 7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각 석학들은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원인과 우리가 질병에 이렇게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 사회 키워드는 크게 '환경', '로컬', '평등', '분배'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이익에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추가 이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사실 세계적 석학들이 제시한 미래 사회 키워드 '환경', '로컬', '평등', '분배'는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줄 곳 이야기해오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 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 보다도 훨씬 체감하기 쉬운 발전, 성장, 경제 등에 초점을 맞춰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줬습니다. 그동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사실은 생각보다 우리와 밀접해 있고, 그것들을 무시했을 때는 인간이 쌓아놓은 많은 것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다시 진화할 때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배운 것은 우리가 등한시했던 가치들에 관심을 주어야 한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아무리 정교한 예측을 한다 하더라도 미래에 벌어질 일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책에서 인터뷰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세계 그 어떠한 유명 경제학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해온 추측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개연성은 있지만 이것이 언제, 어느 정도 강도로 어떤 형식으로 일어날지는 누구도 분명히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적 석학들이 제시한 방향성들은 어디까지나 방향성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대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거나, 또 다른 재앙이 닥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이야기한 '환경', '로컬', '평등', '분배'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한 이야기가 아무리 타당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들이 마치 우리에게, 우리가 그들이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을 겪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암울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밝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먼 미래에 다가올 일과 그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시점의 우리가 이러한 예측불허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아야 합니다. 대혼란이 찾아오고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사람들이 의지를 잃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우리는 어떠한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시련을 겪고 시련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깨달으며 성장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 전체에게 닥친 하나의 시련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화가 단순히 사회나 공동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 어떤 마음의 변화를 가져야 할지, 어떠한 태도를 지니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야기해보아야 합니다. 결국 세상을 이루는 건 수많은 '개인'이며 건강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세상을 만듭니다. 그러니 우리는 '국가', '인류'등의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논의뿐만 아닌, '개인', '자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논의에 대해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책 '오늘부터 세계는'은 이런 논의가 빠진 것이 조금 아쉬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