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작과 끝
인연이라는 이름의 붉은 날
arco.choi - 찍고, 쓰다
매일 뜨고, 지는 해.
매일 뜨고 지는 해가 또 떠올랐다.
그저 일상 위로 흐르는 시계추의 태연함처럼.
적다, 내버려두고 또 적다, 내버려두기를 반복한 메모 같은 글들이 여기저기 남았지만.
그래도 또 태연히 해는 붉게 차올랐다.
어떠한 인과도 또 어떠한 이해관계들도 시간의 지평선을 건너 서고 나면
어제고 오늘이고 아무렇지 않게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처럼 태연했다.
억지를 부려 '새해'라는 이름으로 태연함에 의미를 부여하는 해변가에 모인 인파들처럼.
삶도 그 삶 속에서 이어지는 인과관계들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무의미의 연속일 뿐이다.
여러 통증과 아픔들의 붉은 날들을 겪으며 또 다른 누군가와 태양 앞에 섰다.
또다시 눈 앞에 떠오른 태양을 보며 나는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단지 '일출'이라고 일컫는 현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불안정하고 불온전한 나 같은 멍청이에게는 그 기대찬 '새해'라는 패턴화 된 의미도.
촛불처럼 흔들리고 뒤틀리며 변형하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