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0 맑음
우리는 항상 "준비"라는 것을 한다.
무엇을 시작할 때도, 무언가를 멈출 때에도 우리는 "준비"라는 것을 한다.
준비라는 것을 할 때에는, 무언가를 비워내고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이야기한다.
국어사전에 의하자면,
[준비]는 "미리 마련하여 갖춤"이라도 명시되어 있는데
이제야 왜 내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마음먹었을 때, 회사를 그만두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시간까지 많은 준비에 준비를 했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준비.
지금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기까지의 준비.
또 지금은, 다른 미래를 꿈꾸는 준비.
지금은 무엇인가를 비워내고 있다. 내가 가진 일의 루틴, 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한 강박관념, 피곤을 지우기 위한 커피를 마시는 행위,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는 신념, 잠을 줄여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 들을 말이다.
점점 채워가는 것들은 아침에 무언가 먹는 루틴을 만드는 것,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줄을 세우는 일이라던가 말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걸까? 줄을 세워보는 일을 사실, 여행지에 도착한 다음날 적어 내려갔다.
1. 그림일기 다시 시작하기
2. 일러스트 (취미긴 한데, 안 그린 지 오래)
3. 그림책 (평생에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작업)
4. NFT (도전해 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
5. 엄마와 관련된 것들의 작업들
6. 글을 꾸준히 써보기
..
등등
그리고 예의상 써준, 100. 취업준비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기엔 너무도 웃긴 게 당장의 생계에 문제가 있는 것들 뿐이다. 좋아하고 하고 싶지만,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들이 되어 버렸다.
6개월 정도의 나의 휴가에 하고 싶은 것들.
겸허히 경제활동을 멈추기로 했고(언제 그것을 멈출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 지금의 마음까지 결심에는 많은 생각과 충돌이 있었지만.
준비운동을 했을 뿐, 준비를 차분히 해볼 생각이다.
이 준비가 무언가의 준비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준비가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것과 긴 연결고리를 가진 단어는 아니니, 그것까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 어리지 않은 나이에 한창 일해야 할 때, 그리고 소유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시기에 뒤쳐질 수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만 같다. 나에게 나만의 시간과 개념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고 아마 난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용기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재밌는 표현으로 "잠깐 거지가 되면 되지"라고 말하곤 한다.
정말 돈 때문에 삶이 힘들어질 때,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겠지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아직은 건강한 몸이 있으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신감과 막연함이 지금의 결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그냥 남들에게 그냥 신기한 친구, 걱정 없는, 혹은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일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 신념이 생겼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물론 매번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휴가가 나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은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