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하지 않는다
여러 곳의 출판사와 미팅을 하고, 어제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오전에 대표님께 메일을 받고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아... 역시 저는 다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다정한 말속에 묻어 있는 다정한 마음이 좋습니다.
제안을 주신 곳들 다 좋은 곳들이라 계속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느 출판사와 하든, 선생님께 가장 유리한 곳으로. 신중하게 잘 결정하시라며 저와는 다음 번 기회에 만나 봬도 괜찮다며 다정한 말로 기다려주신 출판사 대표님과 함께 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 비슷하게 다 좋아 보여서, 마음이 제일가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하다 두 곳이 남았어요. 그 두 곳 중에 어디를 가야 할까 고민하다 '직관력은 어떻게 발휘되는가' 책을 다시 꺼내서 정독해 봤지만, 저의 직관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모르겠어서 '다정함'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저 다정한 마음으로 책도 다정하게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 하고요. 출판사에서 만든 책들도 몇 권 보내주셨어요. 책들을 읽으면서 제 책이 어떻게 나올까 즐거운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제 책은 아마도 10월~11월 사이에 나올 듯합니다. 책이 나올 때까지 출판사와 열심히 또 퇴고해 볼게요.
선택이란 늘 어렵기도 하고, 확신을 할 수 없고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두려운 마음도 앞섭니다. 제 이름으로 내는 첫 책이고, 어쩌면 저의 직업적인 전문성을 녹여낸 책이라 이제 곧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호기롭게 열심히 쓸 때는 언제고, 또 쓰고 나니 겁이 나다니. 인간은 태생이 모순적인 존재라 하더니 모순의 존재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그렇지만 어제 만난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 가 저의 마음을 담담하고도 단단하게 다독여 주더군요.
좋은 시절이든 힘든 시절이든
티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점이 발견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인생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걸고 기다려야 한다
죽음 직전에 다시 살아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내가 살아온 의미에 대한 해답은 정해지지 않는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어떤 결정을 하든 결과는 내 몫이고, 마음속에서 어떤 소용돌이가 일어났든 간에 혼자 고요히 마음을 다스려 봅니다. 태생이 자기 이야기 잘 못하는 친구인데, 머릿속이 이렇게 복잡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내 감정을 본의 아니게 전이시키는 것도 생각쟁2스타일이 아닙니다. 티 내면 티 낼수록 마음은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요동을 칠 테니까요.
그저 선택이 어려워도 결국 스스로 결정하고, 결정했으면 돌아보지 않고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해 보는 겁니다. 인생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이왕이면 밝은 쪽으로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노력해 보는 거지요.
솔직히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읽으면서, 읽을 부분이 얼마 남지 않게 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껴 읽고 싶어서 읽다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또 읽고 그랬습니다. 소노 아야코 님의 이야기도 좋고, 김욱 님의 편역도 좋아서 읽는 동안 계속 마음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딱 필요할 때 딱 필요한 책을 만나서 좋았어요. 저도 소노 아야코 님처럼 글을 쓰고 싶네요.
인생은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니까.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걸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넘 좋았어요.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이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꾹꾹 눌러 담겨 있어서, 읽는 순간 고스란히 제 마음에 그대로 스미는 것 같았거든요. 투병 중이신 삼촌께도 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금방 좋아지실 것만 같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내가 살아온 의미에 대한 해답은 정해지지 않으니까, 끝까지 희망을 걸고 매 순간 열심히 해 보자. 열심히 살아보자 또 한 번 다짐해봅니다.
원고 계약한 이야기를 하다가, 거대 담론으로 빠질 뻔했지만 다시 정신줄을 잡아봅니다.
서로 약간의 거리를 두기에 더 애틋한,
소중한님들.
오늘도 행복한저녁 되세요.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
생각쟁2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