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 인간이라면 간직하는 것에 대하여
용문산 파로호 전투에서 예비 보충해두었던 선견지명이나
쥐떼처럼 몰려오는 중공군 앞에서 도망치지 않은 6사단 이야기를
다시금 들으니까 ... 아마 대다수의 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보다 어리고 작았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다.
어렸겠지.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체가 너무 쌓여 피가 흘러서 오르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 타이밍이면 도망치기 좋다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그런 생각들 었겠지, 들었겠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는 self 때문이 아닌가
사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가서 "당신의 self가 그런것입니다. 동고의 개념입니다 "하면
개머리판으로 한대 맞겠지만서도 그 사람들의 개인의 표상으로서는 인지하지 못하여도
직관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투쟁하여 지켜진 것이겠지.
그러니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이고자 할때에
무엇인가 대단한 말이나 멋진 수식어나 멋진 옷이나 팬시한 무기가 있지 않아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의 베일을 쓰고도 마주하는 두려움에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옆 사람과 함께 하겠노라고 이 자리를 지키겠노라고 이판사판이요 하고 있는 그것이 더 없이 깨끗하고 숭고하다는 것이다.
비록 그 곳은 진흙이고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라도.
무엇하나도 그냥 얻어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역시 오전에는 전쟁사를 듣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