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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ndtic Hannahism Jul 07. 2023

네가 준 상처는 주인이 없다.

니체의 죽은 신, 우상의 황혼 그리고 상처를 선택할 용기

나에게 내가 많이 묻는다.


이제는 내가 진지하게 지지를 받을 만한 사람을 주변에 두었는지.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지.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나를 반겨주는지.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는 일은  때때로 나를 상당히 감동시키는 데  D언니가 이따금씩 문자를 보내주면 기분이 정말 좋다. 그리고 C가 내 생각이 나서 보사노바 연주곡을 보내줘도 감동이고 이따금씩 철학적 대화가 필요해서 말 걸면 내치지 않는 것이 감사한 S도 있다.

매주 시간을 내주어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P선생님 덕에 생각이 바뀌어 내가 비로소 행복한 시기에 살고 있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게 됨이 좋다. 그냥 사랑스럽게 친절하고 잘해주어서 고맙고 좋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러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사실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 혹은 연구를 할 때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던 사항이었다.  

내가 아마 그럴 것이다 하고 지레짐작하여 판단을 하면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어찌하여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불안정한 상태를 원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부족한 부분만 계속해서 보여주는 또 다른 내 자아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거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할 때에 그것을 한 번도 검열하지 않고 그대로 상처로 허가해 버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요 며칠의 일들로 인하여 많은 생각이 오갔고 책을 대하고 가령 우상의 황혼이라든지, 인간의 조건이라든 지, 빈 서판이라든지.. 상고하면서


내가 들리는 말과 그것에 반응하는 기분과

기분을 처리하여 상처로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는 과정을 다 별개로 둘 수 있지 아니한가 하고 생각했다.

물론 당장 들리는 말이 나에게 불쾌를 주는 것은 sense, 감각의 문제라 내가 바로 차단할 수 없을지라도 그 불쾌를 받아서 상처로 둘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가 나에게 주는 말을 내 것으로 받지 않겠다. 네가 나에게 한말은 내 것이 아니다고 여기므로 수취인 불명 반송으로 송달 거부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생각 한 뒤로 많은 부분에 내가 상처라고 여길 만한 것들이 상처가 되지 않게 되었다. 기분이 나쁘다 하여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벽에 한번 살짝 부딪쳤다고 팔에 큰 타박상이나 무슨 자상이나 피가 날 만한 상처가 나지 않는 것처럼.. 적당히 내가 넘길 만한 것들은 거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aerker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유명하지만 니체가 했는지는 모를 그저 캘리 클락슨노래인가 생각하는 그 말은 우상의 황혼에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열등 콤플렉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죽지 않는다면 생각할 것이며 생각하는 존재는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고 진짜 그러한지 내가 어떻게 이것을 수복할 것인지 혹은 단념할 것인지 버릴 것인지 이겨낼 것인지를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고통 속에서 사고하던 존재가 내가 고통을 대면하기 이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더 굳은살이 많이 생겼음을, 갑옷을 하나 더 입었음을 깨닫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내가 가진 것이 모자라다 하고
내가 좋지 못하다 하며 나를 낮다고 힐난하는 것은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무의식으로 만들어낸
나를 어쩌지 못하는 허상인가.
후자라면 밟아서 없앨 수 있다.
뭐 항상 내가 즐겨 인용하던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밟아 죽였듯이.

니체는 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했다.
이미, 죽은 것, 나는 이미 효력이 없는 것들을 향하여 나를 해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빠져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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