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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만들기

엄마의 봄을 붙잡는 방법에 대하여

by Arendtic Hannahism



초등학교 때였다.

봄이면 엄마는 나를 데리고 산으로 갔다.

가기 싫었다. 신발에 흙 묻는 것도 싫고

엄마가 왜 그리 열심인지도 도통 알 수 없었다.

어린 날엔 마지못해 따라다녔다.


엄마는 진달래를 땄고, 꽃잎을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조심스레 털어냈다.

그리고 찹쌀 반죽을 동그랗게 빚고

그 위에 진달래를 살포시 올려

기름 두른 팬에 지졌다.

그게 화전이었다.


꽃이 올려진 예쁜 전,

나에겐 딱 거기까지였다.


몇 년이 흘렀고 어느 봄이 되었다.

쿠팡에서 ‘식용 꽃’이란 걸 샀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찹쌀 반죽 위에 얹었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

팬을 달구고 노릇노릇 지졌다.

완성된 작은 것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때 알았다.

진달래를 따던 시간은

화전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엄마가 나를 데리고 간 건

꽃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그건 봄을 붙잡는 엄마의 방식이었고

나를 데리고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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