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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Mar 28. 2020

호치민 외노자 자가격리 경험담

한 3주간 신규 확진자가 안 나오면서 조용하던 베트남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게 유럽 여행 갔다 돌아오면서 많은 확진자들을 만들어낸 3월 초 하노이 17번 케이스. 그 주말에 갑자기 하노이 마트에 길게 늘어선 사재기 행렬 뉴스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남쪽 호치민도 잠깐 반짝 사재기가 있는 듯하였으나 뭐 다 배달하면 되지, 여긴 괜찮아 하노이는 춥지만 따뜻한 남쪽은 바이러스가 비껴갈 거야 라는 현지인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뭐 그러려니.


3월 첫 주부터 주말마다 이마트나 쿱마트 가서 외출을 최소화하고자 한 열흘 치씩 식량은 사 뒀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저녁 8시쯤? 뜬금없이 집주인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곧 공안이 올 거다 준비해라.

뭣이라??


다행히 집으로 직접 찾아오진 않았지만 발코니 너머로 공안 몇 명이 집주인과 얘기하는 게 보이고 앰뷸런스도 와서 우리 건물에 사는 의심환자 데려감. 고로 너는 지금 이 순간부터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야.

건물 통째로 격리되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그 전날 마트 갔다 온 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격리 대비해서 사재기해놓은 꼴)

그나마 내가 사는 곳은 로컬 동네라 4층짜리 몇 명 안 사는 건물이지만, 50층 이상되는 초고층 아파트에도 의심환자가 있으면 그 즉시 봉쇄 때려버리는 중이다. 아파트 동 입구에 공안들이 앉아서 출입통제.


월요일부터 매일 오전 9시, 오후 4시에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문 밖에 와서 체온을 재가고 있다. 아직 공식 통계상 환자가 160 명대니 이런 전체 격리 및 체온 측정 등의 관리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중앙정부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니 행정 처리는 윗선 말 한마디에 쫙쫙 흘러간다. 매일 시간도 딱 맞춰서 정각에 체온 재러 오는데 매일 내 체온 두 번 확인할 수 있으니 안심은 된다.


처음에는 48시간 안에 의심자 테스트 결과 나오니 수요일이 되면 음성 판정 나면 해제될 거야 라고 말한 게, 수요일 되니 음성 판정은 났는데 2번 테스트 더해야 해서 금요일까지 기다려. 그러고 나서 금요일 되니 음성이라도 격리 시작했으면 무조건 14일이야라며............... 다음 주 토요일까지 집 밖에 못 나간단다ㅠ 음성인데 다 막는 게 말이 되냐며 딴 데 확인해봐라 혹시나 양성인데 결과 숨기는 거 아니냐라며 잠깐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비슷한 상황의 다른 건물들도 연락해보고 병원도 연락해봤다며 전화번호까지 주더라.. 또 현지인 동료들을 통해서 바깥 사정도 들어보니 다른 큰 건물들도 음성인데 통째로 격리 중인 곳들이 있다는 거 듣고는... 내려놓았음.


자가격리, 재택근무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에서 이런 상황들을 처음 접하다 보니 며칠은 멍 때리며 답답했지만 아직 8일이나 더 남았기에 정신을 좀 차리고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이럴 땐 집에 발코니가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바로 앞에 강이 흐르지만 매연이 대박이라 사실 평상시에도 잘 나오진 않지만 바깥공기는 쐬야겠기에 커피 내려서 킨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중. 하필 읽고 있는 게 작년에 담아두고 미뤄왔던 책 Factfulness.

읽을수록 코로나 시국 전 세계가 직면한 데이터, 리더십, 전문성, 신뢰 등등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기에 영어공부하는 셈 치고 조금씩 소화하고 있는데 오늘 펼친 페이지 타이틀이 Who Can We Trust?


- Constantly test your favorite ideas for weaknesses. Be humble about the extent of your expertise. Be curious about new information that doesn't fit, and information from other fields. See people who contradict you, disagree with you, and put forward different ideas as a great resource for understanding the world.


- We should be highly skeptical about conclusions derived purely from number crunching.



건너편 산책로에 있는 운동기구들 사용 못하게 막아놨다. 그저께 까지만 해도 동네 사람들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던 곳인데. 이번 주 들어 매일마다 베트남 총리의 긴급 성명문이 나오고 있는데 어제는 4/15까지 잠정 외출 자제령이 떨어지며 마트나 약국 빼고는 다 문 닫으라는 명령이.. 이미 병원 내 감염도 나오고 있고, 의료진 감염도 보고 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듯.


다른 미주, 유럽 국가들에 체류하는 교민들이 올리는 영상들을 보면 사재기 행렬로 식료품 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베트남은 다행히 먹을거리들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듯하고. 아무래도 공산품들도 그렇고 식자재들도 베트남 내 공장들이 위치해 있다 보니 패닉 사재기는 덜한 듯. 지난주에 채워놨던걸 일주일 격리하면서 매끼 챙겨 먹느라 어제 한인마트 어플로 한가득 또 시켜놓음.

세계 3위 쌀 수출국인데, 수출도 금지령 떨어졌고, 마스크도 한국처럼 KF 마스크는 아니지만 천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건 아니고 손소독제도 1월 말에 잠깐 사재기로 품귀현상이 있었지만 또 어느샌가 마트 한편에 쌓여있을 정도로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있음.


베트남 쌀 수출 금지 기사

https://e.vnexpress.net/news/business/industries/vietnam-suspends-rice-exports-to-ensure-food-security-4074377.html


3월 14일 이날 밤 이곳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14일이 호치민 시에서 유흥주점들 잠정 폐쇄하라고 명령을 내린 시점. 대부분 외국인들로 2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파티가 벌어진 베트남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Buddha Bar. 여기 Bar 관련된 확진자만 10명이 넘어가고 있고 CCTV 등을 통해 그날 파티 참석자 전원 전수 조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신천지 사태처럼 Cluster가 되지 않을까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

https://e.vnexpress.net/news/news/hcmc-leader-calls-for-fortnight-of-thrift-as-covid-19-fight-escalates-4074531.html


오늘부터는 다른 도시로의 이동 제한을 위해 차량 통제 실시, 앞으로 2주가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고 확진자 1,000명이 안 넘어가도록 모든 수단을 다 쓰겠다고 한 만큼 어차피 재택근무로 돌입했고 자가 오토바이가 없는 이상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니 멘탈 수양하는 시간을 갖기로.


https://tuoitrenews.vn/news/society/20200327/two-weeks-to-act-pm-calls-for-stronger-action-in-battle-against-covid19/53707.html


아무래도 채용업계에 있다 보니 고용과 실업률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우리로 따지면 노동부 같은 노동사회보훈국 MoLISA 발표에 따르면 55,000 -110,000 이상이 COVID-19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 세계 경기 악화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공장들은 인력감축과 이에 따른 급여지급, 노동분쟁, 사회보험 관련 등의 이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 다음 주에 총리 주재 기업들과의 애로사항 면담 자리가 마련된다니 각 분야별로 겪고 있는 어려움들 세부사항 및 후속조치들이 계속 나올 듯.


https://vietnamnews.vn/economy/654276/molisa-proposes-843m-bailout-package-for-businesses-during-covid-19.html 


다들 힘들다고 하니 좀 어떻냐는 질문은 이제 안 하려고 한다. 건강한 게 어디냐며. 필요한 물건들 다 구비해 놓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좀 더 늘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련다. 다음 주 걱정은 다음 주에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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