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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선 Apr 25. 2022

분갈이를 하는 마음

분갈이

최근 들어 화분을 다섯 개나 샀다.

모두 분갈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새로 함께 살게 된 친구들도 있었고, 옷이 작아 새 옷을 입혀줘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집 앞에 화원이 있다.

흰 치자꽃이 예뻐서 치자와 잘 어울리는 화분까지 함께 샀다. 사장님께서 분갈이를 해줄 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셨다.


"어.. 분갈이 저희가 집에 가져가서 해도 될까요?"

"재료 다 있으시면 그러세요."

"네."

"그런데 불편하신데 왜 집에 가져가서 하세요? 그냥 여기서 편하게 하세요."

"제가 직접 하는 게 즐거워서요."

"아..."


혹시 마사토 조금만 더 챙겨주실 수 있냐고 여쭸지만 못 들으신 건지, 아니면 집에서 분갈이를 하겠다는 것이 본인의 무언가를 무시한다는 메시지로 들리셔서 그랬는지 인사를 받지 못하고 나왔다.


어제 비슷한 일이 다른 화원에서도 있었다. 여기서 편하게 다 해주는데 왜 집에 가서 하냐고 물으셔서 난 지난 번과 같은 대답을 했다. 다른 화원이었지만 반응은 똑같았다.


분갈이를 직접 내 손으로 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화분에 옮겨담기 전 장갑과 삽을 준비하고 흙과 돌을 화분으로 넣을 때 다른 작업 때는 느낄 수 없는 어떤 두근거림이 있다. 나와 함께 할 식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작업이다.


그리고 식물(나무나 꽃이나)을 준비된 화분 속에 넣어주고 흙으로 잘 덮어준다. 이때 삽으로 정교하게 빈 곳에 흙을 넣는데 그 흙 냄새가 집안 가득히 퍼진다. 나는 식물 바로 앞에 있기도 해서 그 풀잎의 향도 기억한다. 흙이 뜨지 않도록 혹은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마사토로 맨 위를 덮어준다. 마지막으로 큰 돌을 맨 위에 올려주어 흙이 더 뜨지 않도록 해준다.


치자꽃의 향기가 더 가득히 퍼진다.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치자는 꽃을 네 송이나 더 피웠다. 그 다음으로 간 화원에서 데려온 장미는 하루 만에 두 송이나 피었다. 나도 꽃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분갈이를 하는 나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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