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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14. 2020

내가 멋있을 때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내가 봐도 내가 멋있을 때가 있어요.    혹은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가장 멋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숨만 쉬는 것도 힘들었던   ,  하고 누가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 날들을 살고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창문에 머리를 기대어 가는 도중에, 성당이 보이는 거에요. 아무 것도 나를 구원해줄  없겠지,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던  때에 머리보다도 발이 먼저 움직였고 성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세례는 어떻게 받을  있어요?”
사무실이라는 곳에 들어가 무작정 물어봤어요. 누가 봐도 힘들고 지쳐 있던 얼굴로 끙끙 앓던 나는 어쩌면 일어나는 방법과 다시 웃을  있는 순간을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교리수업에 대해 안내를 받고 나오면서 성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대단히 염세주의적이고 냉소적인  같은 사람도 믿음을 가질  있을지 의심하면서.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성당을 향하면서 수녀님의 수업을 듣고 미사를 듣던 6개월의 시간이 꼬박 흘렀어요.


성지순례를 하고 세례를 받던 , 미사를 보러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세례를 받는 분들 속에서 미사포를 쓰고 앉아 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 너머로 성당 안을, 그리고 나를 비추던 빛을 잊지 못해요. 성지순례 이틀 전에 수녀님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는데, 수녀님께서는 제게 신앙 생활의 행함을 물으셨어요. 당시 저는 아직 믿음이 제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사회에 대한 불만, 인생에 대한 비관, 신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얼룩져 있던 성장의 시간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바도 아니지만 분명 저는  발로 성당을 찾았고 지금도 찾고 있으며,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성당을 찾기까지, 짧은 시간  모든 것을 쏟아 내어 얻는 극적인 것과  마약 같은 성과에 중독되어 있던 저는 ‘slow and steady’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쏟아 준비를 하고 기도를 드리며 몸과 마음이 충만해져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일요일의 조각들이 쌓이자,  날을 감사드리게 되었으며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곳에서 지극히 낮은  자신을 보았고 그것이 결코 천하지 않고 귀함을 배웁니다. 특별한 존재이길 바랬고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면  채찍질을 거듭했던  자신이 밉고 싫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곳에선 미약한  존재를 외롭지 않게 느끼도록 하고 모두에게 평화를 빌며 마음으로 의지하는 공동의  같은 것이 있는  같습니다. 성지의 많은 성인들과 신도들이 자신을 지극히 낮춤으로써 높은 곳에 오르는 선례들을 보며 기도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당신께서 허락하신  고통 속에 담긴 당신의 뜻을 제가 이해하도록 은총을 내려 주소서


처음 성체를 받고 기도를 드리던 세례식 ,  제가  멋있어 보였어요. 이후 너무 기쁘고 슬프고 마음이 뒤숭숭한 순간에는 매번 성호경을 그으며 나를 진정시키고 다시 시작합니다. 신을 바라보는 내가 있고, 그런 나를 믿는  자신이 있어  멋있어 보일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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