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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17. 2020

고맙고 미안하고

   당신의 삶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과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요?

가장 미안한 사람은 엄마에요. 여러 사정때문에 엄마와 잠시 같이 지내게 되었어요. 집밖과 안의 일을 혼자 벅차게 처리하다가 엄마와 함께 있게 되니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거에요. 밤늦게 터덜터덜 돌아오면 엄마가 잡곡밥과 뜨끈한 된장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세요. 아침에는 깨끗이 빨아 다림질  셔츠를 입을  있고, 출근할 때는 창문 사이로 손을 흔들며 배웅을 받죠.
부모님은  해가 아니라 인생을 통틀어 가장 미안하고 가장 고마운 대상인데 그것을 너무나  알면서도 순간 순간 놓치고 후회하며 살고 있어요.  보금자리를 꾸린다고 훌훌 날아갔다가 필요하다고 다시 부모를 찾으니, 내가 벌여놓고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 구멍과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는지   있었어요.
자라온 것도, 지금 살아가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 부모님의 보살핌과 응원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렇게  나만 알고 건방지기도 할까요.

올해 가장 고마운 사람은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일해준 우리 직원,  선생님이에요. 병원이 아직 인테리어조차 마치지 않았을 때부터 출근해서 지금까지 제가 부탁하는 , 곤란한 일들을 처리하고 해결해주고 있어요. 매일 빵빵 터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예측 불가능한  때문에 제가 휘둘리기도 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묵묵히 옆에 있어주고  될거라 응원해줬어요. 사람을 일로 만나 의지하고 속을 보인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거  알죠. 저는 필요에 의해 지시를 해야하고 다정한 말보단 건조한 말들을 수시로 건네야 하니까요. 게다가 모든 일이 그렇듯 병원 일도 정말 보통 어려운게 아니고, 밖에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은 환자들의 부탁과 불평의 말을 먼저 듣기 마련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기 쉬운 일을 하는데  선생님은 제게  깍듯하고 환자에게  친절해요. 며칠 , 우리 올해  어려운 시기  버티고 있으니 좋은  오면  함께하자 하고 마음을 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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