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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18. 2020

죽음 앞에서

만약 당신의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면  해야  다섯 가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우선 책을 쓰고 싶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 프로젝트처럼  인생 얘기를 글로 남겨보고 싶어요.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며 글을 쓰다 보면 남은 기간, 정리해야  것과 가지고 가야할 기억을 스스로 정할  있을  같아요. 마구 벌여 놓아 정신 없는 인생인데 분류하고 목차를 정하다 보면 6개월동안 해야  것이 명확해질 거에요.   

지금 있는  말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지낼 거에요.  인생에는 경쟁과 불안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존재하고 있어요. 경쟁은 불안을 초래하고, 불안하니 노력하고, 노력하니 잘하고 싶고. 초월한 삶이 아니라 초월해야 하는 삶이었죠.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누구를 이기려 하지 않고, 나만 보고 살고 싶어요. 그럴 시간도 모자를  같아요.  

혼자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 가족들, 친구들과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쉬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하며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  혼자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핸드폰 배터리처럼 충전을   있어요. 의무, 책임에서 벗어나 온전히  것의 인간으로 혼자 있고 싶은 바람이 있네요.

저를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저에게 음식은 스트레스를 풀고 배를 채우는 수단이에요. 뭐가 좋아서 먹기 보다  고프니 먹고 일하려고 먹고 살려고 먹고 힘드니 먹어요. 그런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면 살기 위해 먹는  그만 하고 싶어요. 기름지고 맵고 짜고 요란한 음식 말고, 담담한 음식만 만들어 먹을 거에요. 오일 파스타는  좋은 올리브유와 마늘, 제철 나물로 만들어 아주아주 맛있는 치즈를 갈아 얹을 거에요. 호박, 냉이, 두부, 표고버섯으로 된장찌개를 끓일 건데 두부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가지는 노릇노릇 구워 간장에 살짝 찍어 먹고, 배추는 슴슴하게 부쳐 전으로 먹고 싶어요.  

 아이가 크는 동안 매일 읽을  있는 책편지를 쓸거에요. 지금은 아이아빠가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기  , 제게  한권을 줬어요. 절대로 한번에  읽지 말고, 하루에 한쪽만 읽으라고 했죠. 그렇게  남자친구의 입대날부터 하루에 한쪽씩,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모든 쪽에 저한테  손편지가 있었어요. 드디어 책의 마지막 장을 읽는  제대를 했어요.  책은  인생의 가장  보물이에요. 저도 가장 두껍고 좋은 책을 준비해, 제가 사라지는 날부터 우리 아이가 매일 읽을  있도록 책의 모든 면에 손편지를  거에요. 자라는 순간 순간 엄마의 부재보다 응원과 격려가 함께 하도록, 그렇게   있는  하고 가고 싶어요. 그런데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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