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왜 이렇지?’ 불평하다가도 문득 그래도 이 정도면 참 감사할 만한 일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당신의 삶에서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생각해보세요.
우선 아프지 않아 감사해요. 건강해야 무슨 일이건 도전도 할 수 있고 용기를 내볼 수 있어요. 아프지 않아 음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퇴근 후 맥주 한 캔으로 긴장을 풀 수도 있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워할 수도 있어요. 작년에 제 동생이 많이 아팠어요. 수술을 받고 고비를 무사히 넘겨 관리하고 있지만 당시 얼마나 많이 힘들어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지금 가족들이 건강한 몸으로 함께 있다는 사실에 더 많이 감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있어 정말 감사해요. 늘 바쁘고 분주한 엄마 옆에서 자기 할 일을 스스로 하고, 엄마아빠 어깨를 주물러 주고, 밥도 잘 먹고, 응가도 잘 하고, 책도 잘 보고, 투정 부리지 않고, 쑥쑥 잘 크는 우리 아이의 존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예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고,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자식 똥은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어른들의 말 있죠, 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밖에 모르던 제가 이런 마음을 품고 누군가를 무한정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어서 감사해요. 일터는 애증의 공간이에요.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 이 공간에서 매일 일어나지만, 그걸 해결하면서 울고 웃고 자신감을 얻어내는 공간도 이 곳이에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고, 제 자신이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을 수 있고, 미래에도 더 나아지고 싶다는 바람과 의지, 노력이 깃든 일터가 있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이 곳에 있으면 제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마구 생겨요.
제게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많지 않아 감사해요. 윤여정씨의 인터뷰가 제게는 굉장히 큰 울림이었는데요.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은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신 한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저 또한 그래요. 불로의 결과로 주어지는 소득이 없어 저는 더 열심히 살았고 또 열심히 살아야 해요. 제 손으로 일궈내는 모든 것이 참 감사해요. 간절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에요.
책과 음악, 술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해요. 코로나로 생존에 필요한 것만 할 수 있었던 20년을 겪으면서 필수적인 것 외에 향유했던 것들을 자제하고 축소해야 했죠. 이런 와중에 책과 음악, 과하지 않은 술은 당연한 것인 줄 알았지만 굉장히 감사하고 짜릿한 것이었어요. 이것들을 좋아하고,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책과 음악을 통해 고귀한 것을 더 사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