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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Oct 02. 2017

쉼표가 많은 사람


눈물의 입구 / 안현미,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걸린 물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수동 카메라로 여자의 여름을 함께 들여다본 사람

불가능을 사랑했던 시간과 풍랑이 잦았던 마음 

잠시 핑, 눈물이 반짝입니다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도 반짝입니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다른 비늘입니다

아픈 이마에선 눈물의 비린내가 납니다

생각해보면 천국이 직장이라면 그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또다른 국면에서는 사랑도 직장처럼 변해갑니다


사, 라, 합, 니, 다

이응이 빠진 건 눈물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첫사랑을 빌려 읽기도 합니다


흔하지 않은 답을 좋아한다. 예기치 못한 답을 좋아한다. 

가령 왜 여자는 혼자일 수 없을까 생각하다 이걸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식이다. 

바람과 죽음을 향해 튀어 오르는 물고기 덕분이다. 

 

'인 것 같다'라고 말하지 말라 배웠다. 

길게 얘기하면 아는 게 아니다 너는 모르는 거다 배웠는데 

구구절절 얘기할수록, 어버버버 방황할수록 사랑하고 그것에 마음 두었다 생각한다. 

모르는 것과 생각하여도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다르다.

결론을 만들어 문장 앞 번호로 범주화시키는 순간, 그 번호 개수만큼만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난 마음의 그럴 여유가 없는데, 자꾸만 말을 이어가는, 문장의 쉼표가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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