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iss Oct 05. 2020

태풍의 눈에서 나를 살린 건


요가를 배우고 한지 드문드문 15년이 되었다.

꾸준히 하진 못했고 중간중간 연결고리가 잠시 끊어진 적이 몇 번 있었으나 그래도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시작은 다 요가였다.

마음에 큰 걱정이 없던 날들도,

너무 거대한 불안이 나의 모든 것을 사로잡아 버릴 때도

요가를 하는 시간에는 내 몸이 흔들리는지를 끊임없이 봐야 했다.

요가는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걸까, 잔 생각을 흘려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초점인가.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다리를 많이 찢을 수 있는 것과

팔을 뒤로 많이 넘길 수 있는 것과

허리를 유연하게 후굴 할 수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동작을 하는 도중에도 나의 숨을 쉬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느 동작을 하더라도 페이스대로 큰 숨을 들이쉬었다 후 내뱉으며 숨을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

이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극에 휩싸이고 휘둘려 나를 미워하고 구박했다.

그런데 휘몰아치는 태풍의 눈에서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여전히 나를 세워두었던 것은

꼬박꼬박 들고 나는 숨이었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 귀한 일인지.



매거진의 이전글 뱀주사위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