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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Oct 25. 2020

삶의 가장 큰 상실

돈이 많아도 눈을 뜨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댓글들이 올라온다.

얻고 잃고 이루고 놓치는 크기는 다르겠으나 삶과 죽음은 동등하게 찾아온다.


노력한(다고 보이는) 것이 한 주의 8할을 차지하니

오늘은 더 쉬는 것처럼 보이는 2할의 것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뱅글뱅글 아파트 단지를 세 바퀴 돌고

검은 밤 홀로 밝은 달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쉬엄 읽을 수 있는 책 몇 권의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건반을 뚱땅뚱땅 누르다가

유튜브를 보면서 층간소음 없다는 유산소 운동을 따라 했다.


한창 무기력함이 심하게 밀려오고

사는 것에 의욕이 없을 때 극심한 우울증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쉬고 있는데 내 마음은 굳이 애써서 숨을 쉬고 싶지 않아 했다.

내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린 것 같았다.


꽤 긴 시간이 흐르고

약과 치료와 상담이 천장만 보는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부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살아내어야 할 시간의 길을 내가 내고 걸어야 한다.


속이 비어 있는 내가 어느 순간 너무 한심해졌다.

일어나 그냥 걸었다.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땅의 습기가 수면 위에서 만나 파도를 닮은 구름이 해일처럼 닥치는 마냥,

무기력이 몰려올 것 같으면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내 안의 어떤 것이 언젠가 또 죽음처럼 사그라들라치면

이를 하루 3번, 3분씩 닦고

세끼 꼭꼭 밥에 양배추쌈을 챙겨 먹고

저녁을 먹고 단지를 세 번 돌아 걷고

자고 일어난 이불을 잘 개키려고 한다.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 미리 상실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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