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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Sep 25. 2017

전중이라는 혈자리

머리가 지끈거리고 찌릿찌릿하거나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한 짐이고 뻣뻣하거나

하수구가 막힌 것처럼 몸의 한가운데는 답답하고 신물이 올라온다거나

땅을 디딜 때마다 발목이 시큰거리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정강이, 허벅지가 따로 노는 것처럼 무릎에 힘이 빠지고 헐렁 거린다던가. 

몸 이곳저곳의 고장으로 일상의 불편이 보일 때의 서글픔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게 숨어있던 아픔이 새삼 발견되는 순간, 조금 더 놀라고 조금 더 서러워진다.


양 가슴의 가운데 부위를 꾸욱 누르면 

양쪽 관자놀이나 양쪽 어깨 가운데 부위처럼 통증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

누구나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압통을 느끼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이 곳까지 아픈 줄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한다.


전중이라는 혈자리가 있다. 

양 가슴의 중간 부위로 화병이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이 자리의 압통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미약한 존재의 고독과 우울에 대해 늘 노출이 되어 있는 나는

전공 또한 심리학을 선택했고

그것도 모자라 마음은 몸과, 몸은 마음과 

엎치락뒤치락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 내고 있음을 

심히 간과할 수가 없어

한의학을 선택했다. 


전중혈을 눌러 아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홀로 걸어가는 것을 불안과 걱정으로 느꼈을 아이였을 때,

걸어가다 넘어지면 

나 혼자 어쨌든 목적지까지 가야 할 상황에서 툭툭 털고 일어서게 된다.

망연자실 계속 울고만 있을 상황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

어머 어떡해 많이 아프진 않니

관심을 보이는 순간, 서글퍼지고 창피하기 시작한다.

내 마음을 지레 감추지 않아도 먼저 읽어주니

그것이 好건 非好건 

굳이 공감해주는 마음을 소스라치듯 밀어낼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다. 전중혈도.

누군가 우리의 가슴 한 곳을 지그시 누르며 

아프지 않으세요. 이 한마디 건네는 일이 잦은가.

내 힘든 거 말하지 않았지만

지긋한 압통과 미세한 안구의 진동이 대신 말해준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많은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어요.

전중혈이 부드럽기만 한 사람은 없다.  

지금 나 또한 굉장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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