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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식빵 Sep 11. 2023

두 번째 도전

편집하지 못하는 편집자 4

 이번엔 편집을 배울 수 있을지도?     


 갑작스러운 퇴사를 하기 며칠 전 SBI에 다닐 때 알게 된 한 출판사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웹마케터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였다. 마케터 일과 편집자의 일을 한다고 하셔서 편집 업무를 배울 수 있겠다는 희망에 바로 수락을 했다. 이전 회사가 연봉 2400을 13 분할해서 줬는데, 연봉도 조금 올랐고 12 분할을 해준다고 했다. 근무지는 집. 100% 재택근무였다.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울면서 출근을 하던 나에게는 괜찮은 조건이었다. 사실 마케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고민을 좀 해야 했다. 당시에는 ‘지금 다니는 곳을 뜨고 싶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력해서 새로운 직무를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하고 나서 한두 달 정도 후에 내가 입사할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퇴사를 말하고 하루 뒤 그만뒀기에 의도치 않게 11월부터 칼이직을 해서 새로운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직했는데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대표님도 첫 달은 회사에서 출간된 책도 읽고, 다른 출판사의 SNS도 살펴보고,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책도 찾아 읽으며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다른 마케터들과 소통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라고도 하셨다. 그래서 온라인 클래스도 듣고 이것저것 찾아 읽으며 마케터,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공부를 했다. 요리, 베이킹, 그림 그리기, 뜨개질, 자수 등의 실용서만 보다가 인문학책을 읽고, 내가 이런 책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하니 설렜다. 사수도 없어 물어볼 곳도 없고 막막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타올랐다.       

 

 직원은 나를 포함 총 4명이었다. 20대도 여자도 나뿐이었다. 대표님이 기획, 나와 같이 입사하신 분이 편집, 다른 한 분은 제작 관련 업무를 하신다고 했다. 4명이 균형을 잘 맞춘다면 미니멀하지만 완벽한 구조 같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이런 구조는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 능숙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내가 항상 구멍이었다. 하지만 다들 마케터 업무를 모르니 나를 도와주실 수도 없었다. 점차 주눅 들기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모여서 회의를 두 시간 정도 했는데 내가 말하는 시간이 가장 짧았다. 원고에 대한 의견도, 책을 어떻게 홍보할지에 관한 아이디어도 부족했다. 회의내용을 녹음해서 회의록을 정리해 공유하는 것도 나의 업무였는데 녹음파일을 듣다 보면 ‘내 목소리는 왜 이것밖에 없지’라는 생각에 부끄럽고 괴로웠다. 하지만 한 번 자신감을 잃으니 회복이 어려웠다.     


마케팅 업무를 시작하다      

 

 입사 후 가장 기본적으로 내가 해야 했던 일은 기존 회사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를 관리하는 것과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신간 홍보 게시글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은 소소한 금액으로 광고도 돌렸다. 포토샵 기술이 엉성해서 다른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보다 예쁘지도 않았지만 ‘좋아요’가 늘고, 팔로워도 미미하지만 조금씩 느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네이버 포스트에 시리즈물로 본문 내용을 편집해서 올리기도 했는데 연재글이 네이버 책방판 메인에 노출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신간 소식을 알리고, 여기서 나온 책이나 여기서 책을 내신 작가님의 기사가 나면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아무래도 이제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하다 보니 인스타그램에 힘을 더 주게 되었다.

 

 회삿돈으로 DSLR과 무선 마이크도 구매했다. 촬영한 영상은 프리미어프로로 편집했는데 영상편집을 해본 적이 없어 클래스 101의 수업을 들으며 하나씩 따라 해 보며 힘겹게 편집을 해서 업로드했다. 집에는 데스크톱이 없어서 내가 가진 노트북으로 편집을 했는데 프로그램이 무거워서 그런지 노트북이 꽤 힘들어했다. Vlog 형식도 도전해 보고, 짧은 북트레일러도 만들었다. 북토크영상도 자막을 달고, 컷편집도 해서 올렸다. 유튜브 라이브방송도 한 번 했다. 전문 편집자들이 만든 것에 비하면 너무나 허접했지만,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알라디너TV에서 라이브방송도 한 번 진행해 보며 서점 담당자분과 소통도 처음 해봤다. 진짜 회사원이 된 느낌이었다. 제주도의 한 책방에서 소규모 북토크를 하러 출장도 한 번 갔다. 그때 촬영한 영상도 썸네일을 어그로 끌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고, 자막 편집도 눈에 잘 보이게 하려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홍보활동을 시도해보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굿즈도 만들어보려다 시도하지 못했고, 북토크 장소 섭외나 여러 준비에도 적극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온라인 콘텐츠를 기깔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프라인 홍보도 잘하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니 소극적이고 답답한 직원이었다. 그러면서 대표님께 편집일은 언제 배울 수 있냐고 몇 번을 물었다. 그때마다 ‘조금 더 있다가’, ‘가을에’ 이런 답변을 하시며 미안해하셨다.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스카우트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공존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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