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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식빵 Nov 14. 2023

명함을 보면 나는 편집자다.

편집하지 못하는 편집자 6

나는 운 좋은 사람이다


 14개월간의 두 번째 회사 생활을 끝낼 무렵 첫 회사를 같이 다녔던 M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우리 회사에 편집자 자리가 하나 났는데 지원해볼래?”     

 

 마침 새 직장을 구해야 해서 막막했던 나에게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다. 바로 수락하고 이력서와 자소서를 보완해 제출 후 면접을 보러 갔다. 본부장님과의 면접은 순조로웠고, 이제 M에게 일을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괜찮겠냐는 질문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하며 면접이 마무리되었다. 12월 31일에 퇴사를 하고 1월 3일부터 입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공백없이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다. 연봉도 조금 올랐다. 저축도 빠듯한 상황에 월급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안도할 일이라 기쁜 마음보다 다행이라는 마음이 컸다. 

 

 첫 출근을 하니 우리 팀은 나를 포함 5명이었다. 50대 남자인 본부장님을 제외하고는 내 또래 여자들이라 조금 마음이 놓였다. 나 포함 편집자 3명, 디자이너 1명이었다. 사실 디자이너도 첫 직장에서 잠깐이지만 같이 근무한 적이 있었기에 더욱 반가웠고, 어색함이 덜했다. M과 디자이너를 제외한 Y도 나와 동갑이었고, 나보다 한 달 먼저 이직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나는 편집자라고 적힌 명함을 받았고 의욕이 불타올랐다. 여기선 진짜 잘 해내고 싶었다.


열심히 배우자     

 

 일단 M의 일을 도왔다. 대지를 계속 오리고, 곧 출간될 책의 마케팅 방안을 구상했다. 여기서도 회사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연재할 글을 작성했다. 저자 인터뷰 영상 구상안을 만들고 편집점을 정리했다. 다행히도 촬영은 내부 촬영팀이 도와주셨고 편집은 크몽에서 전문 영상편집자 분을 찾아서 맡길 수 있었다. 이거 때문에 설 연휴 전날은 12시에 퇴근인데 우리 팀만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3시쯤 퇴근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유튜브 광고도 진행해봤다. 내가 항상 skip하던 광고영상을 만들게 되다니! 어려워서 실수할까 봐 겁났지만, 막상 광고를 돌리고 매일 반응을 분석하는 것을 해보니 뿌듯하고 재미도 있었다. 

 

 Y에게는 편집일을 배우며 일을 도왔다. 취미 실용서 개정판 작업을 도왔는데 이때 저자와의 미팅도 처음 해봤다. 미팅 후 회의록을 정리하고, 저자가 요청한 본문의 수정사항을 체크해 메일을 주고받으며 이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원고의 오·탈자를 찾고 본문에서 특정 용어가 통일되게 사용되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만드는 과정이 주를 이루는 단행본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Y는 작업하는 책이 많아서 귀찮음도 있었을 텐데 그 와중에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이 회사는 외주 편집자분들이 작업하는 책도 꽤 있었다. 본부장님 지시로 이런 원고들은 크로스교를 보며 최종으로 오·탈자를 점검하고, 책을 홍보하는 카드뉴스와 상세이미지의 구성안을 만들었다. 온라인 서점에 릴리즈하고, 서평단을 모집하고, 인스타그램에 신간 홍보까지가 나의 업무였다. 초반 몇 달은 주도적으로 편집하는 일이 없어서 마케팅 업무를 주력으로 했다. 저자분들이 출연할만한 유튜브 채널을 찾고, 굿즈로 할만한 아이템도 계속 찾았다. 다른 출판사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진행하는지도 찾아보고 우리가 할 수 있을 것들을 정리했다. 내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 괴로운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책임 편집자가 아니라서 책임감을 조금 덜어내고 짓눌림 없이 일했던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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