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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식빵 Nov 27. 2023

편집자인데 마케터이자 교정자입니다.

편집하지 못하는 편집자 8

또다시 마케터     

 

 이 회사에서 나온 책 중에 딱 한 권에는 내 이름이 마케터에 들어가 있다. M이 책임편집을 하던 책이었는데 회사에서 미는 책이다 보니 마케팅을 많이 해야 했는데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도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판권면을 보고 ‘이게 뭐지?’ 싶었는데, 그래도 내가 만든 책도 아닌데 이름을 넣어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시작했다. 저자는 나보다 어렸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원고도 잘 썼다. 그 열정에 걸맞게 M도 몇 달간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최선을 다해 책을 만들었다. 본문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작가를 구하는 것부터 굉장히 공을 들였고, 제목도 함께 N개의 후보를 내며 상당히 많이 뽑아냈다. POD도 교정할 때마다 만들었던 것 같다. 출간 전 이벤트도 돈을 많이 써서 힘을 줬다. 그래서일까?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쭉 올라가며 정말 잘 나갔다. 그리고 책이 잘 나가는 만큼 내부 인원은 더 바빠졌다. M과 디자이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는 벅차서 면접을 통해 파트타임으로 일할 친구도 한 명 뽑았다.

 

 카드뉴스를 만들고, 여러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하고, 가장 큰 행사인 북콘서트도 진행했다. 본부장님을 포함해서 총 5명이 300명이 넘는 관객을 초청하는 행사 준비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바빴다. 나는 M이 요청하는 것만 했는데도 일이 많았다. 장소를 마련하려고 전화를 계속 돌리고, 사회자를 섭외하고, 확정된 장소 사전답사를 갔다 오고, 북콘서트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추첨 프로그램을 사용해 인원을 추리고, 확정된 사람들 명단을 정리해 연락을 돌리고, 메일로 들어오는 문의 사항에 계속 답해주는 등 다른 책 작업도 했지만 북콘서트를 준비하는 작업에 훨씬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장소를 제공하는 곳에서 실수로 같은 시간에 두 팀을 예약받아 날짜가 촉박할 때 우리가 시간 변경을 해야 하는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다. 그래도 북콘서트가 비교적 잘 진행되어 이 책의 거의 마지막 행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도 북콘서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땐 저자님과 직접 소통도 많이 하고 규모가 이것보다 작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무언갈 많이 했는데, M을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그게 좀 혼자서 아쉬웠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는 교정자      

 

 교정에 이름이 들어간 책도 한 권 있다. SNS 팔로워도 꽤 많은 저자라서 직접 계약할 때 ‘이번에는 책을 진짜 잘 만들어서 나도 멋진 성과를 내봐야지’라고 의욕을 불태우던 아이템이었다. 저자분도 출간제안 메일에 마음이 움직여서 우리랑 작업하겠다고 말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책임편집은 외주 편집자분이 하게 되었고, 내가 처음 생각하고 기획을 제안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거의 마지막에 크로스교를 보고, 과정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 과정, 번호 등을 계속 점검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부록을 만들고, 상세이미지 만들기와 보도자료 쓰기를 했다. 

 

 이 책의 마케팅은 본부장이 M에게 넘겼고, 나는 또 M이 요청하는 일을 했다. 온라인 서점별로 사은품을 증정하는 배너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당첨자를 뽑아서 상품을 보내주는 등 이 책에 관련된 일은 계속했지만 역시나 내가 만드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판권면에는 교정에 내 이름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교정이라니! 저자가 끝나면 맛있는 걸 먹자고 카톡을 했었기에 마지막 뒤풀이는 같이하려나 했는데, 나를 제외하고 본부장님, M, 저자, 외주 편집자 이렇게 넷이서 밥을 먹었다고 들었다. 일하면서 소외감에 슬퍼서 울어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꾸준히 책이 좋다는 리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위안 삼았는데, 이때의 슬픔은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 벌써 4년 차 직장인이 되었고, 쉬지 않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계속해왔는데 인터넷에서만 보던 물경력 직장인이 된 것 같았다. 아니, 그냥 내가 아주 물경력의 표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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