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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유식빵 Nov 15. 2023

편집... 뭔가 잘못되었다

편집하지 못하는 편집자 7

저자를 찾아라     

 

 회사에서 밀려있는 원고를 받는 게 아니면 기획편집자는 시장조사 후 아이템을 기획하고 저자를 찾아서 계약하고 원고를 직접 받아야 한다. 입사 후 3개월이 지난 4월부터 저자를 열심히 찾았다. 이 회사의 최근 주력 도서는 경제/경영 분야였지만 나는 다른 분야에 더 관심이 가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아이패드 드로잉, 살림, 반려식물, 비건 요리, 집밥, 베이킹, 시골생활, 공부법, 다이어트, 자기계발, 인간관계, 엄마표 교육, 스피치 등 주식/부동산은 최대한 배제한 아이템만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려고 노력했다. 본부장님께서도 내가 가져간 아이템을 썩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그것보다 힘든 건 함께 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거절과 읽씹의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저자는 다른 출판사도 당연히 함께하고 싶겠지.’라고 생각해보고,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메일을 하루에도 몇 통씩 받을 텐데 어떻게 다 답을 해주겠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봤지만, 답장 한 통 못 받고 당장 계약하나 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거절의 내용이라도 답장을 해주는 사람들에겐 너무 고마웠다. 내가 유능하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보낸 메일이 너무 구린가? 등의 생각을 매일 하며 저자를 찾고 M의 일도 열심히 도왔다. 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Y가 회사를 떠나 우리 팀은 4인 체제로 갔다. 


 M은 베스트셀러도 만들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으며 점점 성장하는 게 보이는데 나는 계약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나도 퇴사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두 군데의 회사에 다녔기에 ‘이번 회사는 오래 다녀보자!’라는 다짐을 강하게 하고 있던 터라 좀 더 버텨보기로 했다. Y가 작업하던 일도 내가 다 받아서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보도자료도 써보고, 온라인 서점에서 이벤트 진행도 해보고, 저자와 독자가 Zoom으로 만나는 자리도 마련해봤다. 갑자기 담당 편집자가 바뀌어서 불쾌해하는 저자에게 전화로 불만 사항을 와다다 쏘아 듣고 울기도 했다. ‘이게 일이고 사회구나’를 진짜 처음 느껴봤다. 서포트하는 일은 애교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계약     

 

 두 달간의 암흑기를 거쳐 6월 초에 드디어 첫 계약을 했다. 입사 후 5개월 만이다. 두 번째 계약은 7월 말에 하게 되었다. 이후 12월 말까지 총 3건의 계약밖에 못 했지만, 나에겐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첫 번째, 두 번째 저자와의 만남에는 M과 함께였는데, M도 저자 미팅 때는 본부장님과 함께였기 때문에 우리 둘이서 저자 미팅을 할 땐 미흡한 점이 많았다는 걸 계약 후 원고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미팅 때 가져갈 기획안을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예쁘게 만들어갔는데 저자의 의견을 거의 듣지 않는 큰 실수를 했다. 저자에게도 첫 책이라 글쓰기 편하게 내가 큰 틀과 목차까지 준비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콘텐츠는 저자의 것인데, 본인이 어떤 것에 관해 쓸 수 있는지는 본인이 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첫 번째 계약을 했던 저자분은 본인도 목차에 맞춰 억지로 쓰는 글이 되어 결과물이 좋지 않았고, 이 원고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두 번째 계약한 저자와의 책은 빠르게 나왔지만, 이때도 본부장님이 베테랑 외주 편집자를 파트너로 붙여주지 않았다면 망했을 것 같다. 만드는 과정을 다 촬영해야 하는 책이었는데 비용 문제부터 일정을 잡고 촬영하는 것까지 대체로 다 미흡했다. 저자도 어렸고 나도 어려서 그랬는지 둘 다 대화의 스킬이 부족했고 유연함이 부족했다. 결국, 책이 나왔지만, 오해가 쌓여 같이 책 홍보를 재밌게 하고 그런 걸 하나도 하지 못했다. 외주 편집자님이 멱살 잡고 끌고 가주셔서 그래도 책이 잘 나온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아쉽다.

 

 이 사이사이 개정판 표지 작업과 보도자료 쓰기, 상세이미지와 카드뉴스 만들기, 여러 책의 마케팅 방안 구상하고 실행하기도 해나갔다. 쉬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해왔는데 그 무엇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신감도 애매하게 있는 기분이 상당히 찝찝했다. 그냥 사무직 회사원이 아닌 당당히 편집자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위치가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했던 것일까? 방향이 잘못된 것 같은데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회사에서의 1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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