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힘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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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전 수업이 연달아 취소되어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던 날이었다.
대신 저녁에 수업이 연달아 있었기 때문에 오전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출근할 생각으로 집안일을 손보고 나른한 오후를 보냈다.
저녁이 가까웠을때 쯤 나갈 채비를 하고 차에 올라탔는데
이상하게 무겁고 처졌다. 기분도 가라앉고 도통 힘이 나질 않았다.
충분히 쉬었고 식사도 잘 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감정선도 흔들리고 어두워져갔다.
“하… 힘내야지. 정신 차리자 "
습관처럼 내게 중얼거렸다.
순간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왜, 왜.. 힘을 내야만 하는거지? '
우스운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자신에게 자문했다.
' 꼭 힘을 내야만 하는걸까. ' 라고 말이다.
힘을 내지 않으면 또 어떻고 힘을 내지 않고 하면 일이 전혀 안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왜 난 꼭 힘을 잘 채우고 보충하고 끌어올려야 무언가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에너지의 일정량을 필수로 생각했을까
또, 에너지가 낮다고 해서 꼭 나의 기분이 안 좋아질 필요가 있을까
에너지가 낮은 것 그 상태로도 좋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그게 무슨 문제인가.
100% 충전되어 있는 핸드폰이 아니면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상태라고 생각해 왔던건가.
어쩌면 남들에게 늘 편안하게 흘러가는 에너지를 나는 낮다, 채워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건 아닐까.
에너지가 떨어지는 날을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은게 아닐까.
모임자리에서 마주친 동생이 있는데 늘 자리에서 조잘대고 분위기를 주는 귀여운 아이었다.
어느날 유난히 조용한 그녀를 보고 내가 유독 불편함을 느꼈다.
“ 오늘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
" 아 , 어제 과음을 해서요."
" 그래, 가만히 있는 날도 있는거지 뭐 "
그 이야기는 나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낮은 에너지를 감지하면 늘 스스로를 다그쳤던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카페에 앉아 가만히 기운없는 내 모습을 느껴봤다. 가득차지도 않고 밝지도 않고 약간의 멍한
그런 내모습. 그리곤 스스로 이렇게 말해봤다
' 이 모습도 나름 나쁘지 않네 . 아니, 이런 모습도 맘에 든다. 좋다 '
가득 차지 않은 내 모습도 그것만의 매력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일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몸의 에너지를 나누는 일이다.
그래서 늘 ‘나도 에너지가 가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자리했다.
어쩌면 그건 내 삶에 스며든 조용한 주문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나도, 조금 조용하고 덜 활기차도 괜찮다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두는 연습이
‘힘을 많이 주는 사람’ 이 아닌 ' 힘을 제대로 지닌 사람'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가는 나를 받아주는 연습 또한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하루의 시작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