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이 삶을 회복시키는 방식
운동이라고 하면 아직도 마음에 부담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워낙 자기관리 시대라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런 나조차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마음도 함께 죽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은 한 방향으로만 흘렀고,
몸과 마음은 모두 느리고 무겁게 무너져만 갔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있으면 정말 안될 것 같은데’라는
'운동 해야 하는데.' 라는 주문을
거창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 말을 조금 더 가볍게,
그저 나에게 ‘조금 시간을 써볼까?’ 정도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1단계 — 단순한 흉내 내기
몸을 움직여
이불 밑에 깔려 있던 생각의 덩어리, 잔상 같은 것들을
한번 바꿔보자고.
몸의 움직임으로 몰입의 방향을 살짝 틀어보자.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듯,
물 한 잔을 3~4번 나눠 천천히 따라 보듯,
양치할 때 가볍게 방 한 바퀴를 돌듯,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한 층만 올라보듯.
내 몸을 위해 아주 잠깐이라도 움직여보는 것.
그렇게 나는 나에게 작고 단순한 리듬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인간은 단순한 존재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단계에 필요한 건
'어렵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빨래 개는 방식을 바꿔본다든지,
자기 전에 시 한 편을 읽는다든지,
가던 길을 살짝 다른 경로로 돌아간다든지.
작은 움직임이 쌓이면,
안 보이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시,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근육이 뇌에 자극을 주기 시작한다.
그건 어느새 회복의 통로에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 통로를 지나면,
비로소 이보다 살짝 덩어리가 큰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3단계 — 5분을 만들어 본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나는 왜 (어깨가, 팔이, 다리가..등 ) 이렇게 생겼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여자들은 자신의 단점을 정말 빠르게 찾아낸다.
(요즘은 남자들도 ‘6각형 인간’이라 불릴 만큼, 완벽을 추구하기도 하니까.)
그럼 그 부위와 관련된 운동을 떠올려본다.
이 과정은 효과를 위한게 아니다. 흥미를 위한 것이다.
유튜브든 어디든 찾아서,
단 3가지 동작만 10~15분 연결해본다.
정해진 시간에, 그냥 해본다.
10분이 부담스럽다면, 5분도 좋다.
이건 이미 만들어둔 작은 실천들 덕분에 가능해졌을 것이다.
(예: 수건 개기, 물 한 잔 마시기처럼.)
시간을 따로 내는 게 버거운 사람이라면,
이런 실천들 다음에 5분 운동을 붙여도 좋다.
일어나서 하기 전이든, 그다음이든.
그건 반복되면 움직임의 패턴이 되고,
조금 더 발전된 움직임이 된다.
그리고 며칠, 또는 몇 주 후
질리는 순간이 도래한다.
4단계 — 정성을 다해보라
그 5분에 ‘정성을 다해보라’는 것이다.
완성하려 하지 말고,
그저 느끼고 만지듯 다뤄보는 것.
마치 강사가 된 것처럼 말을 해도 좋다.
내 몸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듯,
느낌을 설명하고, 손으로 내 몸을 만져보며 움직여본다.
몸은 머리로가 아니라, 느낌으로 안다.
“주인이 나에게 신경 쓰고 있구나.”
뇌는 멍 때리며 횟수를 세는 움직임과,
살을 만지거나 정성을 다하는 움직임에 다르게 반응한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의 움직임이라도
정성을 다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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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의문이 든다.
“이게 운동이 되나…?”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동기부여 과정은 끝난 거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많이 왔다.
5단계 — 강도를 자각하는 것
‘약간 힘듦’을 느껴야 한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하기 싫은 느낌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중량이든 반복이든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그 느낌을 살짝만 추가해준다.
마치 운동 자각도로 체크하듯이.
하지만!
“5분 했는데… (살짝 — 이게 중요) 힘드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효과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제발.
우리는 이미 시작했다.
그리고 그쯤엔 욕심이 생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처럼,
침대에 누워 있던 그때는 잊고
“그다음엔…?” 하고 스스로 묻게 된다.
그게 시작이다.
움직임이 일상으로 적응되어 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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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과 복귀는
드라마틱한 변화나 거대한 목표가 아니다.
그건 하루 속에 작게 흩어져 있는 조각 같은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 자체가
사실은, 가장 어려운 단계인 ‘일으켜세움’이다.
뻔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번아웃, 우울, 무기력을 모두 겪어본 나로서는
침대 위 내 몸의 무게가 100kg처럼 느껴졌던 순간을 벗어나는 것이
정말, 너무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누군가 억지로라도 운동하러 오는 그 순간이
가장 용기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언젠가
회원을 마지막으로 보게 되었던 날,
그 회원이 이렇게 말했다.
“딱 운동할 만한데요, 선생님. 그만두지 마세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할만해졌다면, 이제 누가 가르치든 할 수 있어요.
그 마음이 생기셨다면, 제 할일은 어느정도 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걸어나올 의욕’을 주고,
‘할만하다’는 마음을 만들어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충분히 귀한 순간일 테니까.